연탄값 급등.. 서민 가슴 시커멓게 탄다

2008. 10. 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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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정부 보조금 크게 줄어 올 30%까지 인상

ㆍ한 장에 최고 500원대… "겨울나기 두렵다"

서울 영등포역 뒤편 쪽방촌과 이어진 당산동 일대. 서울에서는 드물게 연탄아궁이와 보일러로 겨울을 나는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곳이다. 20일 이곳에서 만난 노부부 김영복(79·당산동 8가)·전말임(78)씨는 "비싼 연탄값 때문에 겨울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노인연금과 전씨가 청소일로 벌어오는 품삯을 제외하면 딱히 수입이 없다. 김씨는 "겨울철에는 생활비의 절반 정도가 난방비"라며 "수입은 줄어드는데 난방비는 갈수록 올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당산동 일대는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다. 주민 중 상당수는 노인들로 연탄을 배달해 써야 하는데 이때 운반비를 얹어줘야 한다. 서석배씨(66)는 "장당 100원이 넘는 추가비용을 아끼려고 주민 모두가 나선 적도 있었지만 운반 과정에서 파손되는 게 많아 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웃 주민 김모씨는 "연탄값을 절약하기 위해 최대한 아껴 땐다"며 "돈이 없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문할 수 없는 것도 억울한데, 업체들은 1000장 단위로만 주문을 받아 어떤 해에는 연탄 없이 한겨울을 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연탄값이 급등하면서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전국 27만여 가구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연탄값은 생산공장과의 거리 등 지역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30% 이상 오른 곳도 있어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1장에 280~390원대를 유지하던 경북지역 연탄 소비자 값은 현재 350~460원대로 인상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0원대 초반에서 400원대 중반으로 크게 올랐다.

비교적 많은 운반비가 들어가는 제주뿐 아니라 서울, 부산, 인천 등의 일부 고지대는 장당 가격이 500원대에 이른 곳도 많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모씨(62·광주 동구 산수동)는 "그렇잖아도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연탄값마저 턱없이 올라 겨울 날 것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그동안 방 2개를 써왔는데 올해는 어머니, 우리 부부, 맡아 키워온 손자 2명과 함께 한 방에서 겨울을 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순천·광양시, 고흥·보성·구례·곡성군과 경남 하동·남해군 등 남부지방 9개 시·군의 주민들은 연탄값이 인상된 상황에서 인근의 유일한 공급처였던 여수시 덕충동 연탄생산단지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시설부지로 편입되면서 폐쇄돼 월동준비가 더욱 힘들게 됐다. 이들 지역에는 앞으로 광주에서 생산한 연탄이 공급될 예정이어서 현재 장당 400원가량인 연탄값이 수송비 추가로 60원 정도 더 인상될 전망이다.

이처럼 연탄값이 급등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지급해 오던 연탄보조금(연탄공장에 직접지급)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당 211원이던 연탄 보조금은 지난 9월 말까지 151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달부터 보조금을 203원으로 올렸으나 2011년부터는 아예 연탄보조금 제도를 없앨 계획이다. 그럴 경우 3.6㎏짜리 연탄 1장 값은 1000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니라 차상위계층에도 연탄지원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늘리고 있으나 고유가와 경제난이 겹치면서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이 난방 연료를 연탄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명재·최승현·심혜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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