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재롱둥이 코끼리 '태산이' 심장마비 왜?

이현미기자 2011. 10.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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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오늘 위령제 열어

아내와 어린 자식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오랫동안 외로움을 천형(天刑)처럼 안고 살았던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터줏대감 코끼리 '태산이'(사진)가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서울시설공단은 1975년부터 어린이대공원을 지켜 온 태국생 코끼리 태산이가 지난 13일 오후 12시40분 쓰러져 숨을 거뒀다고 25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건국대 수의과대학 및 서울동물원이 지난 21일 공동으로 부검한 결과 순환기 장애에 의한 심장마비가 직접적 사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어린이대공원을 찾는 서울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온 태산이를 기리기 위해 25일 오후 어린이대공원 남문 앞에서 위령제를 열기도 했다.

태산이는 동국제강㈜이 1975년 5월 개장 2주년을 맞은 어린이대공원에 기증해 서울시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시아 코끼리에 비해 덩치가 컸던 태산이는 무럭무럭 자라 12살 때인 1986년 한 살 연상인 태순이와 혼인했다. 둘은 단란한 결혼 생활 끝에 1995년 수컷인 '코코'를 낳았지만 행복은 여기까지였다. 그 다음 해에 태순이는 태산이와 생후 8개월짜리 코코를 두고 장이 꼬이는 병인 장염전으로 세상을 떴다. 갑자기 아내를 잃은 태산이는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는 등 실의에 빠졌고 한참 후에야 인공포육실에서 사육사들이 돌보고 있던 아들 코코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모계 중심인 코끼리의 경우 수컷끼리 합사가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태산이와 코코는 아내와 엄마를 잃은 공통의 아픔 때문인지 합사에 성공했고 이들 부자는 다정한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며 1990년대 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태산이에게 드리운 불행의 그림자는 짙고 길었다. 2002년 7살이던 코코마저 심낭염으로 숨지고 말았다. 코코까지 잃은 태산이는 이후 급격하게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기 시작했고 눈망울도 점점 흐려져 갔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은 태산이가 삶의 의욕을 다시 찾도록 암컷 코끼리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짝을 찾아 주는 데 실패했다. 보통 코끼리들은 무게가 3t 정도 인데 비해 태산이는 5t이나 됐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암컷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 그런 과정에서 태산이는 지난 2009년 관람객에게 돌팔매질을 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보름 동안 조사를 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태산이의 빈자리는 지난해 7월 캄보디아 왕국에서 보낸 코끼리 한 쌍인 '캄돌이'와 '캄순이'가 채울 예정이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측은 코끼리의 평균 수명이 50살 정도지만 태산이의 경우 오랜 외로움과 스트레스로 인한 노화 현상으로 37살에 숨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은 현재 1984년생인 수컷 백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통 백곰들이 25∼30년간 살기 때문에 이 백곰도 노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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