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경력 특A급 짝퉁 제작자 잡혀.. "난 가죽 기술자"

김정훈 기자 2011. 10. 2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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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시장 年16조 세계10위

"피의자라고 하지 마세요. 가죽 기술자로 불러주십시오."

짝퉁 명품 가방을 제작한 혐의로 19일 경찰에 검거된 22년 경력의 가죽 제작 기술자 박모(46)씨는 조사 과정에서 형사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그는 "22년 동안 가죽만 만졌다"며 "웬만한 가죽제품은 딱 보면 가닥이 나온다. 실력은 어디에도 안 뒤진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짝퉁이 판치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술자'로 자처하는 박씨와 같은 짝퉁 제조업자들이 진짜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명품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암시장(Black Market) 전문 조사 사이트 '하보스코프닷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짝퉁시장 규모는 연간 140억달러(약 16조원)로 세계 10위 규모다. 작년 관세청이 적발한 짝퉁을 정품 시가로 환산하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박씨는 이날 정품 가격 600억원이 넘는 9만9000여개의 짝퉁 명품 가방을 제조하고 판매해 20여억원을 챙긴 일당 10명과 함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됐다. 주범격인 정모(43)씨 등 2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국내 총책, 제조책, 일본 수출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점조직을 만들고, 22년 경력의 가죽 가방 제작 기술자 박씨를 영입해 짝퉁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에 330㎡(약 100평) 규모의 대형 물류창고를 빌려 짝퉁 제품을 보관했다.

세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죽 제작자들은 대개 10대 후반부터 기술을 배워 손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죽 제품이 중국에 밀려 사양산업이 되자 짝퉁계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짝퉁 명품 가방 제조는 총책이 원단과 로고, 지퍼 등의 부품을 마련해 제조책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총책은 지퍼 공장, 로고 공장 등 여러 공장들로부터 명품과 같은 모양의 부품 생산을 각각 의뢰한다"며 "의뢰를 받은 공장들은 낮에는 일반 상품을 만들고 밤늦게 기존에 만들어 놓은 금형 등을 꺼내 짝퉁 가방 부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의 경우 인조피혁에 미리 만들어 놓은 금형으로 로고만 찍으면 되는 등 쉽게 정품과 비슷한 원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짝퉁이 더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짝퉁 가방을 만드는 제조자들은 정품을 구입해 하나하나 잘라서 어떤 모양의 부품이 들어갔는지 철저하게 연구해 완벽하게 모방한다"고 말했다.

'특A급'의 경우 부품 하나하나 정품과 똑같이 생산돼 짝퉁 구별도 쉽지 않다. 지난 2008년 세관이 국내에 유통되는 버버리 짝퉁 가방을 단속했을 때는 정품과 구별이 되지 않아 영국 본사로 보내 판정을 받았을 정도다. 경찰은 "짝퉁인지 의심은 가나 확신은 가지 않는 A급 짝퉁이 늘어 단속에 곤란한 점이 많다"고 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귀금속 가게 밀집 지역인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도 짝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7일 이틀간 종로 귀금속 밀집지역 1200여개 점포를 단속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위조한 귀금속 상품 163점을 판매한 70개 업소를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적발된 짝퉁 귀고리, 목걸이에는 샤넬, 티파니 등 해외 명품 귀금속 브랜드가 찍혀 있었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 좋은 제작자들의 물건 대신 명품만 찾기 때문에 이들이 짝퉁을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키워드]

명품 가방

루이비통 핸드백

버버리 가방

[포토]

서울 이태원 한 호텔매장에서 압수한 가짜 명품

[포토]

22년 경력 특A급 짝퉁 제작자 "난 가죽 기술자"

짝퉁 명품 제작자 박씨와 20여억원을 챙긴 일당 10명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됐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330㎡(약 100평) 규모의 대형 물류창고를 빌려 짝퉁 제품을 보관했다. 이들은 국내 총책, 제조책, 일본 수출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점조직을 만들고, 22년 경력의 가죽 가방 제작 기술자를 영입해 짝퉁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짝퉁 명품 제작자 박씨와 20여억원을 챙긴 일당 10명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검거됐다.경기도 남양주시에 330㎡(약 100평) 규모의 대형 물류창고를 빌려 짝퉁 제품을 보관했다.이들은 국내 총책, 제조책, 일본 수출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점조직을 만들고, 22년 경력의 가죽 가방 제작 기술자를 영입해 짝퉁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 [기자수첩] '짝퉁 명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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