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의 부활'?..벽화에 새들 부딪혀 죽어

2010. 9. 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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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정연출 화백 풍경화, 작년 가을에 까치들 잇따라 '사고'

주민들 "실물같아..올해 또 새들 많이 날아들까 걱정도 돼"

(양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진짜 소나무인줄 알고 새들이 날아들다 벽에 부딪혀 떨어져 죽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황룡사 벽화 '노송도(老松圖)'를 그린 화가 솔거(率去)의 전설적인 사례가 경남 양산에서 실제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벽화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서리마을 입구 도로변에 그려진 길이 100m, 높이 3m의 풍경화.

15일 마을 주민들에 따라면 이 벽화는 지난해 5월 지역에서 50년간 사실적이고 독특한 예술활동을 펼쳐온 유현 정연출(66) 화백이 그린 것으로 양산 임경대에서 바라본 100년전의 낙동강 풍경을 담았다.

벽화 속에는 산과 넓은 들판, 맑은 하천을 배경으로 외롭게 선 노송 위에 백로와 두루미 등이 날아드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또 일부 벽화는 실제 벽 바로 위에 숲과 나무 등과 조화를 이루도록 절묘하게 그려졌다.

원근감을 살려 마치 실제 풍경처럼 그려놓은 이 벽화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 마을에 사는 권혁철(41)씨는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이 벽화 앞을 지나는데 산까치 1마리가 백로가 날아드는 풍경이 담긴 노송 벽화 바닥에 날개 등이 부러진 채 죽어 있는 것을 처음 목격했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자인 권씨는 이 광경을 보고 처음에는 이상한 생각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죽은 까치를 인근 야산에 정성스럽게 묻어줬다.

그런데 권씨는 그 다음날도 까치 2마리가 노송이 그려진 바로 그 벽화 아래에서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이 벽화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권씨의 아내(39)는 아침에 까치 한마리가 이 벽화로 날아들다 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져 죽은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생생하게 목격하기도 했다.

권씨의 딸(14)도 등교길에 벽화 아래에서 떨어져 죽은 새들을 여러번 봤다며 함께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 마을에 사는 김철연(51)씨는 "이 벽화가 그려진 뒤 새들이 죽어 있었다는 소리를 권씨는 물론 마을 주민들로부터 종종 들었다"며 "벽화가 워낙 사실적으로 그려져 나중에는 새들이 계속 날아들어 많이 죽을까봐 주민들과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김진동(49)씨는 "평소 이곳을 지날 때마다 벽화가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지난해 가을에 집중적으로 새들이 부딪혀 죽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올 가을에도 새들이 많이 날아들 것 같아 걱정도 되고 신비감도 든다"고 말했다.

각종 사찰 조감도와 풍경 등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온 정 화백은 "실제 이 벽화를 그리면서 너무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작업을 했다"며 "사람들은 물론 새들도 이 벽화를 보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면 내가 할 몫을 다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정 화백은 벽화 맨 오른쪽에 '임경대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니 강줄기 따라 아름다운 경치 감출 수 없네. 이어지는 푸른산 아래 새들이 날고 거울같은 강위에는 황포 돛대 떠있구나.갈대는 긴 강변에 줄지어 서있고 삼각형의 산봉우리에는 흰구름이 쉬어가네. 낙동강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임경대에 올라 비로소 신선이 살던 곳을 보았노라'는 자작시를 남겼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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