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경찰'

2010. 6.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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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다짜고짜 현행범 몰아 수갑 채우고 "이 XX야" 막말

손아무개(25)씨가 서울 관악구 신림지구대에 끌려간 시각은 지난 21일 새벽 5시께였다. 11시간 만인 그날 오후 4시께 풀려날 때까지, 손씨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30일 털어놨다.

새벽 4시께 술이 많이 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손씨가 자신이 사는 빌라 한 층 위의 이웃집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한 게 발단이 됐다. 열쇠가 맞지 않자 손씨는 "문을 열어달라"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이웃 주민이 누군가 침입하려는 것으로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도착한 경찰이 1시간여 전에 빌라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차량털이 사건의 용의자로 손씨를 지목한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손씨가 저항하자 수갑을 채웠다. 손씨는 "지구대에 도착하자 경찰이 '왜 남의 차에 들어가 있었어, 새끼야', '아버지만 안 오셨으면 ××통을 날려버릴라'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손씨를 집 앞까지 바래다준 친구 김아무개씨가 "그때 나와 함께 있었다"고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량털이 범행 당시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였던 피해자 ㅇ씨가 경찰의 연락을 받고 도착해 "(범인이)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게 사태를 악화시켰다.

술취해 윗집 찾았다 봉변몸 곳곳 멍들고 부상 당해"최소한의 확인만 했어도…"

손씨는 "경찰이 처음부터 나를 범인으로 단정짓고 '차량털이 사건현장 주변에서 잡았다', '도망가는 것을 쫓아가서 잡았다' 등으로 말을 계속 바꾸면서 범죄자 취급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피해 차량 안에 낯선 휴대전화가 떨어져 있었지만, 이마저 손씨가 어딘가에서 훔쳐 갖고 있었던 것으로 몰렸다. 혐의를 부인하며 저항하던 손씨는 손목에 멍이 들고 허리·팔꿈치·발목 등에 부상을 입었다.(사진)

손씨는 오전 10시께 지구대에서 관악경찰서로 인계됐다가, 오후 늦게 풀려났다. 피해자의 차량에 떨어져 있었던 휴대전화의 주인이 그날 오후 진범으로 확인됐다.

신림지구대 관계자는 "당시 주변 정황과 차량털이 피해자의 발언 등을 종합해 손씨를 용의자로 판단했다"며 "체포 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고, 조사과정에서 손씨에게 막말이나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차량털이 피해자 ㅇ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두웠던데다 경황이 없어 범인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도 "경찰이 '범인을 잡은 것 같다'고 연락을 해왔기에 '맞는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손씨는 풀려난 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3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지방경찰청에 진정을 냈고, 불법체포·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도 제출했다. 손씨는 "최소한의 확인만 했어도 범인이 아니라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말로만 듣다가 직접 범죄자로 몰리는 상황을 겪어보니 충격이 너무 크고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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