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미스터리..토종어류 '수상한 귀환'

2010. 5. 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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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 생태지도에 서식지 다른 갈겨니 등 자생묘사

수질 개선 효과로 홍보…인위적 방류 주장 잇따라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최병성 목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서울시가 만든 청계천 생태지도(사진)를 보다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이상해요. 동대문종합시장 옆에 갈겨니가 산다고 돼 있는데, 갈겨니는 섬진강 수계에 살거든요. 갈겨니가 하늘을 날아 청계천에 착륙한 것도 아닐 텐데."

갈겨니만이 아니다. 줄납자루·가시납지리도 수상쩍다. 이들은 민물조개에 알을 낳는다. 한데 청계천에는 민물조개가 없다. 강 하류 또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사는 갈문망둑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17일 청계천 현장조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은 갈겨니 등의 서식을 확인하고는 "청계천에서 살 수 없는 어종들로, 인위적으로 도입된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는 2005년 청계천 복원 이후 수질 개선으로 토종 민물고기가 되돌아왔다고 홍보해왔다. 지난 2월 낸 보도자료에서도 복원 전인 2003년 어류 4종이던 것이 2009년 27종으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 관계자는 이날 "수질이 2급수 이상으로 개선돼 물고기가 자생·서식한 것"이라며 "다슬기와 참종개를 제외하곤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방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와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하는 충남의 민물고기업자 조아무개씨는 "서울시가 2006년께 갈겨니 50마리를 사 가 청계천에 방류한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자들도 시민들의 무단방류를 포함한 인위적 방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7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어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완옥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은 "청계천 어류 대부분은 처음부터 자연 서식하던 종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방류(방생)된 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외면한 채 각종 홍보자료에서 토종 물고기가 '자생'한다고 묘사해왔다.

전문가들은 수계가 다르거나 서식환경이 다른 종을 방류하는 것은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막아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콘크리트로 둘러쳐진 하천 바닥, 수서곤충이 부족해 먹이사슬의 중간고리가 끊어진 '인공 생태계'에 민물고기를 방류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지적이다.

17일 현장조사에서는 염증을 앓는 물고기가 여럿 관찰됐고, 대다수 물고기에 번식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조사에 동행한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생물학)는 "산란기인데 손으로 배를 밀어봐도 알이나 정소가 나오지 않는다"며 "청계천은 하나의 어항이지 민물고기가 안정적으로 서식할 공간은 못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계가 다른 어종의 이식은, 배스와 같은 외래어종이 침범한 것과 비슷해 나중에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3일 "새로운 고유종이 청계천에 출현한 것처럼 서울시가 홍보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라며 "지난 4년 동안 청계천 복원 성과를 과대포장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최병성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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