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된 남산 '사랑의 자물쇠'..관리소 처리 '난감'

2008. 10. 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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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남산 테라스, 한 커플이 밀어를 속삭이며 정성스레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 놓는다. 한번 잠가진 사랑의 자물쇠를 다시는 열지 않겠다는 듯 허공으로 열쇠도 던져 버린다.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이들 뒤에 들리는 날카로운 목소리, "어휴 도대체 전망을 볼 수가 없네. 무슨 자물쇠가 이리 많은지…."

2006년 말 이후 남산의 명물로 자리잡은 '사랑의 자물쇠'. 하지만 급증하는 자물쇠에 이젠 '명물'이 아닌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전망이 불가능할 만큼 빽빽하게 자물쇠가 걸려 있는데다 하나같이 버리고 가는 열쇠도 골칫거리. 없애자니 사랑의 징표를 지키려는 수많은 커플들의 반발이 두렵고, 유지하자니 시민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아 관리소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아간 N서울타워 옆 전망대 테라스. 곳곳에서 서울 시내 전경을 보기 위해 다리를 구부리거나 깡총 뛰어보는 등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남산을 찾은 서정진(31?회사원) 씨는 "키가 작은 아이는 당연하고 나 역시 자물쇠에 가려져 도저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사자들이야 즐겁겠지만 전망도 못본다면 시민들이 남산에 올 이유가 있겠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김모(여?23) 씨도 "비를 맞아 녹슬어 있는 자물쇠가 수없이 많다"며 "특히 아기와 함께 관광오는 가족들도 많을 텐데 건강도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버려지는 열쇠도 골칫거리. 울타리 곳곳에는 열쇠를 버리지 말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지만 '영원한 사랑'을 지키려는 커플들 앞엔 무용지물이다. 이날 자물쇠를 건 뒤 열쇠를 던지던 이모(22?대학생) 씨는 "모 유명 방송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이곳에 자물쇠를 거는 모습을 보곤 여자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아 왔다"며 "사랑을 속삭이고 열쇠를 멀리 던지는 모습이 멋져보여 나 역시 따라한 것"이라고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곳에 자물쇠가 등장한 것은 2006년 말. 한 자물쇠가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힌 채 울타리에 걸려 발견됐고 이후 수많은 연인들이 방문하는 '사랑의 명소'가 됐다. 특히 최근 모 유명 방송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사랑을 고백하고 자물쇠를 거는 모습이 방영, 방문 커플의 수는 급증했다. N서울타워측에 따르면, 방송 이후 방문객이 30~40% 늘었고 매달 평균 10만 명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테라스를 관리하는 서울타워측 역시 대책마련에 난감한 상황. N서울타워 마케팅팀 관계자는 "원래 남산이 소원을 비는 장소로 유명했기 때문에 연인 간에 사랑을 비는 '사랑의 자물쇠'를 적극 홍보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시야를 가려 불만을 토로하는 방문객이 늘어 우리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물쇠를 무작정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민들의 항의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이달 안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수?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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