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통섭의 상징..군인이자 사상가·경제학자로 재조명

2009. 10.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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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는 이론과 현실을 모두 고려한 대사상가였어요. 이번 학술대회는 그의 이런 면모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입니다."(이태진 교수)

안중근 의거가 최근 100주년을 맞았다. 안중근 의사(1879~1910)의 삶과 사상을 다시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26일부터 이틀 동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국제학술회의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미래'는 특이하다. 회의를 주최하는 안중근ㆍ하얼빈학회의 회장부터 역사학자와 경영학자, 두 명이 맡았다. 역사학회에선 보기 힘든 조합이다.

26일 이 학회의 회장인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66)와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60)를 만났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똑같이 '안중근 사상의 현재성'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안중근을 역사 속에만 가둬두지 말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얘기였다.

"안중근 의사는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에요. 그의 사상인 '동양평화론'도 매우 현실적이지만, 안 의사 본인도 당시의 신(新)문명을 적극적으로 이용했어요.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서울과 평양을 철도로 엄청나게 오갈 정도로 정력적이었죠."(이태진 교수)

"요즘은 학문의 통섭을 중시하는 시대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면 안중근 의사는 시대를 한참 앞섰던 거 같아요. 군인이면서 사상가, 또 경제학자다운 면모도 보였죠. 이론과 현실을 조화시키려 했던 그의 자세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조동성 교수)

최근 안중근 연구는 그의 사상을 새롭게 해석하자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의 최대 화두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이다. 이태진 교수는 '의거'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사상가로서의 안중근'을 대중 앞에 다시 꺼낸 사람이다. 그는 "동양평화론은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모두가 격변의 시대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저작이었다"며 "국제연합이나 유럽연합을 만든 이론적 토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깊이를 지닌 사상"이라고 평가했다.

조동성 교수는 경영학자답게 "안 의사가 아시아은행 설립, 공동통화 발행 등 금융협력을 주장했던 점을 이어받자"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탄생 과정을 봐도 공동통화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며 "경제 전문가도 아니었던 안 의사가 화폐 통합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삼국 간 경제협력을 통해 이익을 높이자는 의견은 일종의 '블록경제론'으로 보아도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논문 중에는 언뜻 '안중근'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내용을 담은 것도 있다. 조동성 교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얼빈 빙설제 활용 전략' 등이 대표적인 예다. 조 교수는 갑자기 왜 하얼빈에서 여는 겨울축제의 활용방안을 학술대회에 들고 나왔을까.

"안 의사의 평화 사상을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려는 작업이었어요. 중공업 도시로만 알려져 있는 하얼빈이 겨울축제 등을 이용해서 '평화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본 것이죠. 하얼빈이 멋진 평화도시로 자리매김한다면 안 의사 역시 지하에서 흐뭇해하시지 않을까요."(조동성 교수)

이 두 사람은 최근 안중근 의사의 삶과 그 이후를 함께 추적하기도 했다. 안 의사의 아들로 친일파로 변절했던 안준생을 조명한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IWELL 펴냄)를 펴낸 것. 조동성 교수가 안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1927)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안 이태진 교수의 권유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조 교수는 "그냥 가족사로만 묻어두고 살려고 했었다"며 "이 교수가 아니었으면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일에 전면으로 나설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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