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홍대 출신 '달찬놈' 떴다네요"

2008. 11. 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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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홍대 밥'을 먹은 지 몇 년 안되는 장기하(26)가 인터넷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장기하'를 치면 '장기하 서울대' 등 관련 검색어부터 마이클 잭슨이 그의 노래에 립싱크하는 패러디 동영상까지 네티즌의 높은 관심이 드러난다. '달찬놈', '장교주', '인디계의 서태지'로 불리기도 한다.

올 여름 8년 만에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이자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보컬 겸 작사ㆍ작곡ㆍ기타ㆍ퍼커션을 맡고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새삼 신선한 것은 송창식처럼 목젖을 울리며 말하듯 노래하는 복고 창법, 포크록이라지만 장르가 불분명한 구수한 음악 덕이 가장 크다.

또 네티즌 사이에서 크게 히트한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부를 때 장기하는 양팔을 아래 위로 휘저으며 춤을 춘다. 그의 뒤에는 세명의 밴드 멤버 외에도 검정 선글라스를 낀 2인조 여성댄서 겸 코러스 팀 '미미 시스터즈'가 등장한다.

인디 밴드 특유의 카리스마를 집어던진 보컬, 밴드의 공식을 깬 멤버 구성으로 청각과 더불어 시각적인 효과도 거뒀다. 이 노래 덕에 '달찬놈' UCC도 다량 제작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세곡이 담긴 데뷔 싱글 '싸구려 커피'를 발표했다. 최근 만난 그는 꽤 멀끔했고, "유명해졌다"는 말에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는 여느 인디밴드 보컬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 메탈리카와 레드 제플린에 심취하지도, 주류 대중음악 가수들에 대한 반감도 갖고 있지 않았다.

"스멀스멀 음악을 하게 됐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 친구들은 이순신 전기를 읽을 때 저는 TV에 나온 소방차, 도시의 아이들을 좋아했죠.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의 엄청난 팬이기도 했고 학창 시절 장기자랑 때 키가 크다는 이유로 양현석 씨 역할을 맡기도 했죠. TV를 벗어나서 음악을 들은 역사가 길지 않아요."

음악도, 독서도 폭넓지 않았던 그가 산울림과 신중현의 음악에 귀기울인 것도 2002년 결성된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멤버들이 "너무 무식해서 안되겠다"고 하나 둘 들려준 선배들의 음악에 역시 스멀스멀 빠져들었다.

"교회 중고등부 찬양팀에서 드럼을 쳤어요. 대학 입학하면 밴드를 하고 싶었죠. 물론 사회학자가 되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학과에서 이것저것 하다보니 음악과 관계없는 일로 2년을 보냈어요. 정신을 차려 3학년 때 학과 친구들을 모아 밴드 '아무래'를 결성하고 춤 잘 추는 애들도 영입했죠."

아무래의 교내 단독 공연을 본 눈뜨고 코베인의 두 멤버(기타, 베이스)가 장기하에게 드러머 자리를 제안했다.

"저를 영입하려는 세가지 이유를 대더군요. 노래를 만들 줄 알고, 드럼을 치고, 댄서를 세우는 걸 보면 근본주의적인 록 마니아가 아니라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일 거라더군요. 그 자리에서 오케이 했어요. 그들은 펑크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레드핫칠리페퍼스에 빠져있었기에 펑크 밴드를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연습실에 가보니 산울림 음악을 하고 있더군요. 하하."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그는 눈뜨고 코베인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얼굴 되는' 멤버들을 영입해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했다. 얼굴도 되는 멤버들은 실력마저 좋았다고. 그는 "화려한 기술을 가진 연주자보다 쉬운 박자여도 정확하고 안정감있게 연주하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의 창법도 가창력과 기교에 치중하기보다는 정직하다. 애창곡이 그룹 H.O.T의 노래인 '노래방 가수'였다는 그는 노래 부르는 것보다 곡을 만드는게 좋아지기 시작했고, 만들다보니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나왔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송창식, 정태춘, 배철수, 김창완 등의 선배님들은 음표에 가사를 끼워맞추지 않고, 일상에서 쓰는 말을 보존하며 노래합니다. 전달도 잘 되고 듣기도 좋죠. 말이라는 건 늘 일상 속에 있으니 조합하는 방식이 새로우면 되는거죠. 20~30년 전 노래를 듣다보니 그 방식이 한국말로 노래하는 이들에게 당연한 것이라는 걸 알았죠. 지금은 당연한 방식이 없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를 특이하게 보는 것 같아요."

인디 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발매한 데뷔 싱글은 직원들이 장당 단가 1천원에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했고 3천장이 넘게 팔렸다.

수록곡은 노랫말이 직설적이고 도발적이며 머리 속에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싸 담배 꽁초가~'('싸구려 커피')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느리게 걷자')

그는 "가사를 쓸 때 최대한 솔직하자는 주의"라며 "그 시기에 내 머리를 장악하고 있는 걸 소재로 해야 재미있게 나온다"며 "실제 콜라를 마시다가 담배꽁초를 먹은 적이 있다"고 웃었다.

"우리 음악은 대중가요이지 추구하는 장르는 없어요. 노래를 만들고 걸맞는 사운드에 옷을 입히면 된다는 식이죠. 포크록이 된 것은 초기 단계에 제가 할 수 있는 자원을 200% 활용한 결과입니다. 수중에 있는 악기가 기타였고, 가진 지식을 알뜰하게 사용해서 시작한 거죠. 많은 분들의 관심이 자본으로 연결되면 다른 시도도 할 수 있죠. 재미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할거예요."

정규 음반은 내년 2월에 발매한다. 데뷔 싱글은 이들의 명함인 셈이다.mimi@yna.co.kr < 긴급속보 SMS 신청 >< 포토 매거진 >< 스포츠뉴스는 M-SPORTS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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