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투쟁, 정규직 함께 해서 가능했다"

2008. 11. 13. 1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김경욱 이랜드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랜드 사태' 종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510일을 버텨온 아줌마들의 승리다."

이젠 과거가 된 '이랜드 사태'를 두고 13일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이 내린 평가다. '노사 중 어느 쪽이 승리했다'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랜드 아줌마'가 다시 땀이 서린 일터로 돌아가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일 터다.

노조의 파업이 지난해 6월 시작된 이래, 이날 파업이 종결될 때까지 510여 일 동안 180여명의 조합원들은 단 하루도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최장기 합법 파업 기간으로 기록됐고 경찰서에 안 다녀온 이가 없을 정도로 힘겨운 투쟁이었다. 김 위원장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랜드 조합원들이 500일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건 연대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연대단체들의 도움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 싸움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꼭 해결될 것"이라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아울러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파업 종결을 위한 노사 간의 합의서를 공개했다.

해직 간부 9명... "그들의 결단이 없었으면 타결 어려웠을 것"

지난해 7월 20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매장 점거농성을 이끌어왔던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되기 앞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격려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마지막까지 남은 파업 참가 노조 조합원 186명 중 174명이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홈플러스테스코(삼성테스코가 인수한 옛 홈에버 사업부문)가 마지막까지 거부한 노조 핵심 지도부 12명은 복직을 포기했다. 이 중 3명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위원장, 이경옥 부위원장 등 나머지 9명은 눈물을 머금고 회사에 사직확인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난 이름이라도 알려졌지, 이름도 없이 싸웠던 해직 간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그들의 결단이 없었으면 타결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3년간 무분규를 선언하기로 하고, 2009년과 2010년 임금 인상과 관련된 사항을 회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다만 2008년 임금 인상과 관련해,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을 포함한 '10% 이상 인상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노조는 '비정규직 고용보장, 처우개선'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회사는 향후 주차·카트·미화 등 주변업무를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외주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입사한 지 16개월이 경과하는 조합원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는 당초 무기계약 전환 대상을 입사 18개월 이상으로 한 현재의 규정을 2개월 앞당겼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3~4년으로 늘리려는 노동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는 서로에게 제기한 각종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민주노동당과 이에 소속된 개인에 대한 소송은 그대로 남는다. 김 위원장은 "회사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복직 못한 노조위원장 "많이 울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이다. 510여 일간의 파업 종결을 이끌어낸 그의 고심에 찬 결단은 그를 많이 지치게 한 듯 했다. 그는 "복직하지 못한 조합원들 때문에 응어리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며 "11일 노조 총회에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조합원은 모두 복귀하고 지도부만 남은 상황에서 타결한 뉴코아노조와는 달리 조합원과 함께 타결하고 싶었다"며 "또한 구속된 김학근 울산분회장을 대신해 3명의 간부가 복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파업 종결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에 대해 "긍정적인 성과나 부정적인 평가를 모두 달게 받겠다"면서 "지도부가 복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성과가 있었고 장기 투쟁하는 분들은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지 알기에 우리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8일 오후 이랜드 그룹 계열사인 서울 상암동 홈에버(현 홈플러스) 월드컵몰에서 장기점거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면서 그는 '아줌마 조합원'들에 대한 말을 잊지 않았다.

"510일간의 최장기 합법 파업을 조합원 180여명이 무노동 무임금 상태로 투쟁했고, 이제 힘 있게 현장에 복귀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510일 버텨온 아줌마들의 승리다. 아줌마들이 간부들과 함께 복귀하기 때문에, 회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노조를 와해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다."

김 위원장은 또한 "마지막까지 연대했던 분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정규직 싸움 정규직이 함께 해서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스콤만 봐도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치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때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해고자인 이경옥(50) 부위원장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우리 애들이 파업이 끝나 좋아하면서도, 내가 해고된 점을 많이 아쉬워한다"며 "엄마들이 매장 점거하고 경찰서에 끌려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눈물을 머금은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말은 "우린 정당했다"는 것이었다.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