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장이 대통령 기념사 살펴보니.. "허 어~"

2008. 10. 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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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이 정도일 줄이야…."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무실에서 이명박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관 등 3부 요인의 기념사를 살펴보던 김승곤<사진> 한글학회장의 입에선 탄식이 떠날 줄 몰랐다. 나라의 '머리'들인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일본식 한자어나 외래어를 자주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높임말이나 맞춤법조차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김 회장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히 이런 기념사들도 며칠간 쓰고 다듬어 발표한 것일 텐데, 여기에도 일본식 표현이 대부분이네요. 이러니 평소의 말본 쓰임은 어떤 모양이겠어요."

김 회장은 이런 문제가 해방 후 언어를 제자리로 돌리는 작업을 하지 못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의 강압적인 국권 피탈 아래서 35년간 살아오면서 우리말과 글이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방 이후에 언어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작업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세월이 지금까지 흐르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하도 오래 쓰다 보니 이제 일본식 표현이 우리말처럼 돼버렸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김 회장은 특히 한자, 일본식 한자, 외래어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는 외래어라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television)'이라는 단어가 들어오면 '멀리서 보기(fernsehen)'라고 단어별로 번역을 시도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위 식자들이란 사람들이 새로운 용어가 있다면 그저 직접 차용해서 쓰기 바쁘지 그것을 우리말로 바꿔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왕따'라는 신조어보다는 '지무리다'는 우리말이 낫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한자가 우리말보다 조어력이 좋다는 생각도 허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손톱'을 예로 들자. 손에 톱, 옛말로 돕이라는 말과 합쳐진 것인데, 돕은 뭔가를 자르는 물건이다. 이것이 오늘날 변해 톱이 된 것이다. 손에 있는 손톱이 뭔가를 자르는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눈썹, 콧등, 입술, 손가락 등 기발한 조어가 무궁무진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런 우리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아예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자어를 쓰다 보니 일본식 한자어나 단어들이 그대로 남아 우리말을 더럽히고 있다"며 "우리의 말 쓰임새로 돌아보고 우리말로 바꿔쓸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때그때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언어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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