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말·글·집회의 자유 제한 놀랍다"

황경상 기자 입력 2010. 5. 17. 18:27 수정 2010. 5.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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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뤼 유엔 특별보고관 방한 결산 회견

17일 출국한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1년 뒤에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얼마나 개선됐는지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출국 전 그의 기자회견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후퇴하고 있는 국내의 실상이 전방위적으로 소개됐다. 현 정부 출범 후 시민단체나 진보성향 지식인들이 제기한 문제와 일맥상통했다. 국내 표현의 자유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제사회로 번지는 상황이다.

상념에 잠긴 보고관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라 뤼 보고관은 이날 국가와 사법제도를 통한 표현의 자유 억압을 지적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제약은 유엔의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ICCPR)에 규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안되며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통제해 온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라 뤼 보고관은 촛불집회 이후로 교통을 방해한다거나 폭력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등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집회·시위에 대해 사전 금지통고를 내리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가 모호하게 적용돼 아직도 처벌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는 이어 표현의 자유의 다양성이 원활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민간기구라고는 하지만 위원장이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활동하는 등 사실상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글을 투명한 절차없이 삭제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병성 목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쓴 '쓰레기 시멘트' 글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보이콧 운동 게시물이 업무방해라는 이유로 삭제 권고받은 것을 예로 들었다.

대기업·신문사·외국자본 등이 방송에 진출하도록 개정된 방송법에 대해 "미디어 소유를 집중시켜 매체의 다양성을 침해하고 다양한 의견 표출 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개인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이 금지돼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이거나 근무 시간 이후의 의사표현은 특히 보장돼야 하며, 특정 노조원이라 하더라도 관계없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반입 금지에 대해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지위가 군인으로서의 지위를 앞선다"며 "특정 책을 금지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민주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인권위가 주요 현안마다 '침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출했다. 표현의 자유 논의에 이데올로기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라 뤼 보고관은 "상임위원 면담 요청이 성사가 안됐고, 뭔가 과거와는 다른 징조"라며 "인권위원 선정 절차가 공식적인 자문 절차도 없고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는 과정도 없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기술적 기량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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