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못한 채 들어내는 '7억 징검다리'

홍권삼 2011. 6. 1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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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권삼]

12일 대구시 방촌동 금호강에서 굴착기가 강 바닥에 쌓인 징검다리 돌(화강석) 무더기를 들어낼 길을 만들고 있다. 대구시건설관리본부는 가로 60㎝·세로 70㎝·높이 120㎝인 화강석으로 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설치했지만 강물이 불어 떠내려가자 최근 이를 철거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12일 오후 대구시 동구 방촌동 금호강. 우방강촌 1차 아파트와 수성구 고모동을 잇는 금호강에 트럭과 굴착기의 굉음이 요란하다. 수심 30∼40㎝의 강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작업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마철을 맞아 강 바닥에 있는 화강석 무더기를 치우려는 것이다. 대구시건설관리본부 배명길 담당은 "징검다리를 설치하다 문제가 생겨 화강석을 철거한 뒤 재시공하기 위해 강 바닥에 쌓아 두었다"며 "강물이 불어나면 유실될 우려가 있어 일단 강 밖으로 들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강 징검다리' 설치공사 현장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징검다리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공정률 80% 상태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낙동강 정비사업(금호강 정비)의 하나로 예산 7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다. 건설관리본부는 징검다리 돌을 재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시공비용 2000만원은 고스란히 날린 셈이 됐다. 다시 설계해 시공할 경우 추가 예산이 얼마나 들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징검다리 설치 공사는 올 1월 시작됐다. 방촌동 주민들이 강 건너 고모동의 야산에 등산을 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기로 한 것이다. 강바닥에 50㎝ 높이로 바닥 돌을 깔고 그 위에 가로 60㎝·세로 70㎝·높이 120㎝의 화강석을 세워 징검다리로 사용키로 했다. 화강석 주변에는 다시 높이 50㎝로 돌을 깔아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징검다리의 길이는 157m로 화강석은 900여 개가 들어간다. 시공을 담당한 건설관리본부는 3월 중순 공정률 80% 상태에서 갑자기 공사를 중단했다. 바닥 돌과 징검다리 돌에 쓰레기 등이 걸리면서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바닥 돌과 징검다리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도 심해 100여m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주민 김상훈(58)씨는 "금호강의 평소 수량은 적지만 장마철엔 엄청나게 물이 불어난다. 금호강을 샛강처럼 생각해 징검다리를 놓으려 했다니 기가 막힌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0∼11일 115.5㎜의 비가 내리자 징검다리 돌 일부가 떠내려갔다. 이후 건설관리본부는 징검다리를 완전히 철거했다.

 시공기관과 설계업체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건설관리본부 배 담당은 "강의 수량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시공 중 문제점이 발견돼 이를 설계업체에 알리고 공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차례 설계의 잘못을 지적했으나 업체 측에서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설계업체인 유신코퍼레이션의 양광현 과장은 "일부 설계의 잘못이 있긴 하지만 건설관리본부 측이 징검다리 돌의 간격을 좁게 설치하는 등 시공상 문제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양 과장은 "건설관리본부가 시공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알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기관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징검다리의 설계를 변경해 재시공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이는 어이없는 예산 낭비 사례"라며 "설계·시공·감리 중 어느 쪽에 잘못이 있는지 명확하게 가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 honggsjoongang.co.kr >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홍권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hgs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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