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랑의 교회' 기막힌 신축공사

2011. 3. 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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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공도로 지하에 예배당 짓겠다고 길 폐쇄

종교시설에 도로 지하 최초로 이용 허가

공사장 옆길 165m사라져 주민들 불편

서초구 "점용료 내" 교회 "이달안 개통"

 서울 강남 한복판의 공공도로 바로 밑을 파서 교회 예배당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은 대법원 맞은편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3·4번 출구 옆 너른 터로, '사랑의 교회'가 이곳에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GMC)라는 새 예배당을 짓고 있다.

 지난해 공사가 시작돼 올해 1월로 접어들면서 공사장 서쪽 길이 165m, 너비 8m짜리 공공도로가 사라졌다. 교회 쪽이 공사장 왼편에 있는 '참나리길'을 차단하고 아예 공사장 터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참나리길 아래엔 지하 예배당이 들어설 계획이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이 센터에는 대지 면적 6782㎡(2051평)에 건물 두 채가 들어선다. 각각 지하 8층~지상 8층, 지하 8층~지상 14층 규모다. 두 건물을 관통하는 지하에 들어서는 예배당은 전체 대지 면적에 참나리길 아래 면적인 1078㎡(326평)가 더해진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는 참나리길 지하의 흙을 파내려고 길 위에 복공판을 깔고 있다. 이 교회의 한 교인은 "교회가 확보한 대지 면적으로는 예배당이 4500석 규모밖에 안 돼 6000석 규모를 맞추기 위해 도로 아래까지 파고들어간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김덕룡 대통령 특보가 이 교회 신자이고, 교회건축위원회에는 현직 감사원 고위공무원과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공도로의 지하를 종교시설이 이용하도록 허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공사는 서초구청의 건축 심의 등을 통과해 지난해 6월17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서초구청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등의 지도를 받아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교회가 1년치 도로 점용료로 1억4000만원을 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하를 교회로 이용한 경우는 없었지만, 도로법 시행령 28조 5항에 '지하상가·지하실·통로·육교,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도로점용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이를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대형 로펌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특정 종교단체의 편의를 위해 공공도로의 지하 공간을 배타적이고 반영구적으로 이용하도록 허가를 내준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공도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도로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도로가 폐쇄돼 불편을 겪는 이들도 있다. 인근 서초고 2학년 유아무개(17)양은 "등하교 때 늘 이용하던 길이었는데 막혀서 불편하다"며 "둘러가는 인도에도 공사장 진입로가 있고 트럭이 지나다녀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변의 한 주민도 "길 밑으로 예배당을 짓고 있는지 몰랐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회 건축위원회 관계자는 "3월 안에 복공판 작업이 마무리되면 도로를 다시 개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교회는 2009년 6월 이 터를 대림산업한테 1175억원에 매입했다. 처음엔 길 건너 대법원의 높이에 맞춰 지상 13층으로 설계했지만, 최근 14층으로 최고 높이를 변경했다. 사랑의 교회는 이 터에 교회를 짓게 된 이유를 누리집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왕복 8차선과 6차선의 대로변 교차지점이면서 지하철역과 접해 있는 도심을 매입하는 데 다소 주저했지만, 이 땅에 주님의 복음이 들어온 지 100년이 넘은 시기에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 보다 강하고 폭넓은 영향력을 주어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매입하기로 했다."이유진 임지선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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