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뚝.. 여름철 벌어 1년 사는데 어쩌나" 접경지역 상인들 울상

2010. 8. 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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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피서철 특수가 사라진 접경 지역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서해 앞바다에서는 전군 합동 대잠훈련 실시, 경기도 연천과 인천 강화에서는 북한제 목함지뢰 발견, 강원도 철원·화천·양구 지역에서는 군의 발목지뢰 수색 등으로 접경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피서객들의 발길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5일 오후 1시,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 목함지뢰에 대한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피서객 100여명이 욕장 초입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을 뿐 해변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강화군이 지뢰에 의한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4일까지 해수욕장과 갯벌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가 이날부터 안전그물망 400m를 친 곳까지만 출입을 허용했지만 바다에 들어가는 피서객은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과거 여름 피서철에는 공영주차장뿐 아니라 도로 양편 갓길에 3㎞가량 승용차가 빼곡히 주차될 정도로 피서객이 몰렸다. 하지만 이날은 승용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 일대 펜션 50여곳도 수일째 손님이 아예 끊겼고, 예약한 사람들도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점심 손님으로 북적거려야 할 해수욕장 인근 10여곳의 음식점에는 손님이 1명도 없었다. 바다사랑횟집 관계자는 "목함지뢰가 발견된 뒤로는 손님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 일대 식당의 경우 예년에는 하루 300만∼5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목함지뢰 소동 이후 20만∼30만원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이날 전군 합동 대잠훈련이 시작된 서해5도에는 피서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 천암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는 우럭 낚시의 명소여서 해마다 이맘때쯤 낚시꾼들이 몰려들지만 군의 훈련 발표 이후 예약이 30%가량 취소됐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여름철 수입으로 1년 먹고 사는 주민들이 남북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냉가슴만 앓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도 지뢰 탐지 수색 작업이 전개되면서 철원 화천 양구 등 접경 지역 주민들이 휴가철 관광특수를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록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잇따라 국군의 지뢰가 발견되면서 피서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6월 말 양구읍 수입천 하류에서 국군의 M-14 발목지뢰 1발이, 지난달 24일에는 인근 지역에서 살상 반경이 30여m인 M-3 대인지뢰 1발이 발견되자 연일 병력을 투입, 지뢰 탐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이 지뢰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는 계곡과 하천은 군사분계선 지역으로 깨끗한 수질 덕에 여름철이면 피서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출입이 일부 제한되면서 피서철을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주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철원에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박모(52·여)씨는 "지뢰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막연한 불안감에 계곡과 하천을 찾는 피서객이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올 초 남북관계 악화로 안보관광에서 타격을 입더니 휴가철에는 지뢰 사고가 터져 한 해 장사를 망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춘천=정창교 정동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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