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논란 성남시장실, 펜트하우스 같은 북카페 '거품 빼니 명품'

2010. 7. 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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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 9천권에 소파·자판기 등 설치 '열린공간' 변신

시장 집무실은 2층으로…시민들 "선거의 힘 느껴"

경직된 모습으로 시장 결재를 기다리던 공무원 공간은 동화책과 그림책으로 가득 찼다. 창밖으로 남한산성 자락의 풍광이 아스라이 펼쳐진 옛 비서실장의 방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전망대로 변했다. '낮은 곳에서만 살아 좀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겠다'는 전임 시장의 뜻에 따라 시청 꼭대기 층에 마련된 시장 집무실에는 '낮은 곳'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북적댔다.

19일 오전 이른바 '펜트하우스'에서 '시민 사랑방'으로 탈바꾼 경기도 성남시 옛 시장실. 지난해 11월 호화 청사 논란 속에서도 9층 꼭대기에 마련돼 '아방궁 시장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곳이다. 이곳은 그러나 이날 '시청 하늘 북 카페'로 바뀌어 시민 품에 안겼다. 애초 이곳은 광역 지방정부의 도지사실보다 더 넓은 공간(314㎡)을 차지한데다 성남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새 청사 동쪽 끝 9층에 자리잡아 눈총을 샀다. 이는 초등학교 교실 4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결국, 시장이 바뀐 지 19일 만에 아방궁 시장실은 사라졌다. 그 대신 100여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독서·휴식 공간이 들어섰다. 실내장식은 옛 시장 집무실에 있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9000여권의 각종 도서와 잡지가 비치됐다. 시청 2층에 있던 '열린 도서관'의 책과 가구 등을 그대로 옮겨 비용은 1400여만원가량만 들었다.

소파와 컴퓨터 외에 500원짜리 원두커피 자판기도 설치됐다. 일반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운지' 못지않다. 북 카페에 들른 이소현(37·여)씨는 "시장실의 이런 변화를 보니 선거를 통한 시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남시 김성수 기록물관리팀장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장소여서인지 벌써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다"며 "성남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취임한 이재명(47) 성남시장은 옛 성남시장실에 대해 "황제 근성이 빚어낸 권위적 공간"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시청 2층 '열린 도서관'을 개조해 62㎡ 크기의 새 시장실을 마련했다.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겠다'던 전임 시장과 달리 낮은 자세로 가까이서 시민들을 맞이하겠다는 뜻이다. 시민들은 8년 만에 시장을 바꿨고, 시장은 시청을 다시 바꿔 시민들에게 돌려준 날이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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