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59만마리, 충청도 72만마리 묻혔다정부가 쉬쉬하는 매몰지 정보, 여기 있습니다

2011. 4. 1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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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지(구제역 매몰지)가 10개 이상인 마을(리·동)은 97곳이고,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하패리(54개)에 매몰지가 가장 많이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매몰된 가축수가 1만 마리 이상인 마을은 79곳이고,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4만317마리)에 가장 많은 가축이 묻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 오마이뉴스 > 가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전국 구제역 매몰지 자료(4175곳)를 마을 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 오마이뉴스 > 가 분석한 전국 구제역 매몰지 자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성한 자료를 취합한 것으로 리·동과 지번(일부 누락)까지 기재돼 있다.

한편 4월 현재 전국의 구제역 매몰지는 4600여 곳에 이르지만 < 오마이뉴스 > 에서 분석한 매몰지는 이것보다 400여 곳이 적은 4175곳(313만8829마리)다.

그런 가운데 16일 경북 영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생해 정부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정부가 구제역이 수습국면에 들어갔다며 구제역 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조정한 지 4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매몰지 10개 이상 97곳, 20개 이상 14곳... 양주시 하패리 무려 54개 매몰지

먼저 전국 구제역 매몰지 4175곳 중 2104곳(약 50.4%)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이는 전국 구제역 매몰지의 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경기도에 매몰된 가축수는 총 159만6421마리로 전체의 약 50.9%에 이른다. 경기도는 수도권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곳이어서 매몰지 부실 조성이나 부실 관리로 인한 상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경기도를 제외한 상태에서 매몰지 수는 경북(1032곳), 강원도(451곳), 충남(246곳), 충북(237곳), 인천(62곳), 경남(39곳), 전북·부산(2곳), 매몰된 가축수는 충남(39만2567마리), 경북(38만1182마리), 강원(35만828마리), 충북(33만4769마리), 경남(4만6621마리), 인천(2만3164마리), 전북(1만2631마리), 부산(646마리)의 순으로 나타났다.

충청도는 총 483곳 매몰지에 72만7336마리의 가축이 묻혀 경기도 다음으로 피해가 큰 지역이다. 매몰된 가축수로는 전체의 약 23.2%, 매몰지수로는 전체의 약 11.6%를 차지하는 규모다. 충청도의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 오마이뉴스 > 가 최소행정단위인 '리·동'(통칭 '마을')별로 분석해본 결과, 매몰지가 10개 이상인 마을은 97곳이고, 20개 이상인 마을은 14곳으로 드러났다.

97곳 중 49곳이 경기도(50.5%), 33곳이 경북(34%), 10곳이 강원도(10.3%)에 위치해 있다. 특히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했던 안동시(경북)의 경우 무려 27곳에 10개 이상의 매몰지가 있다. 이는 포천시(10곳)보다 2.7배나 많은 규모다.

이와 함께 매몰지가 20곳 이상인 마을 14곳 중 12곳은 경기도, 나머지 3곳은 경북에 위치해 있다. 특히 경기도에 위치한 12곳 중 3곳은 양주시 은현면(2곳)과 남면(1곳) 관할지역이다.

매몰지수로 보면,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하패리가 54곳(3만4496마리)으로 제일 많았고,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42곳, 1만4493마리)와 안동시 서후면 성곡리(33곳, 1만1412마리),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지영동(27곳, 3373마리)과 안성시 일죽면 화곡리(26곳, 2만9110마리),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25곳, 7329마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매몰된 가축수가 1만마리 이상인 마을은 79곳이고, 2만마리 이상인 마을은 23곳(2만 마리-21곳, 3만 마리-4곳, 4만 마리-1곳)으로 나타났다. 매몰지수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가축이 묻힌 곳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였다. 총 13곳의 매몰지에 총 4만317마리가 묻혔다. 3만 마리 이상인 5곳 중 3곳이 역시 경기도(안성시 일죽면 장암리, 양주시 은현면 하패리,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에 위치해 있다.

침출수로 인한 오염 '현실'로 다가와... "매몰지 3곳 중 1곳 오염 가능성"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지난 3월 27일 공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천시 가축매몰지 주변 지하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악취나는 상추'로 알려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가 침출수로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모전리 매몰지의 경우 지하수 오염 등 2차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쓰레기매립장용 차수막을 시공했던 곳이라 더 충격적이다. 결국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그 가능성을 부인해 왔지만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진행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분석 결과가 주목된다. 강 의원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전국 매몰지 3789곳을 분석한 결과 1493곳(29.3%)이 침출수로 인한 하천·지하수오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495곳 중 85곳은 하천과 지하수가 동시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몰지와 하천의 거리가 50미터 안인데다 토양의 배수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70곳(50미터 안이지만 토양배수도 낮음)은 하천오염, 나머지 1338곳(토양의 배수도는 높지만 200미터 이상 떨어짐)은 지하수 오염이 우려됐다.

강 의원은 "정부는 구제역 매몰지 정보를 숨기려고 하지 말라"며 정보공개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매몰지 관리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내놓은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방안'에 ▲ 소각, 렌더링 등 비매몰방식 적극 추진 ▲ 정비대상 매몰지 보완작업 3월말까지 마무리 ▲ 매몰지 관리 실명제 등이 포함됐지만, 침출수 등으로 인한 상수원·지하수 오염 대책은 거의 없었다.

'구제역·AI 시민조사단'을 구성했던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매몰지 상태가 정상이 아니니까 접근을 막기 위해 매몰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매몰지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매몰지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몰지 정보관리에 허점 드러내... 강원만 입체적으로 관리

구제역 매몰지 정보는 각 지자체에서 작성돼 관리된다. 하지만 각 지자체에서 작성한 구제역 매몰지 정보조차 통일적이지 않아 '매몰지 정보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 정보에는 매몰지 주소와 매몰 가축종류(축종), 매몰두수, 매몰일자가 기본사항으로 기록된다. 지자체에서 작성한 매몰지 정보는 이러한 내용이 대체로 충실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매몰 가축종류를 기록한 내용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연하리는 지난해 12월 24일 144마리의 가축을 묻었다. 묻힌 가축종류는 젖소와 한우인데, 각각의 매몰두수를 기록하지 않았다. 충청도의 경우 한우와 육우는 하나의 항목으로 관리하고 있고, 젖소는 따로 분류해놓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에는 지난해 12월 27일 132마리의 가축이 묻혔다. 여기에 묻힌 가축종류는 육우와 돼지인데, 전혀 다른 가축종류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매몰두수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 경북은 소와 돼지만 따로 분류해 통계를 냈고, 또다른 구제역 발생 가축인 사슴·염소 등은 '기타'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매몰지 정보의 내용도 제각각이다. 전북·충북은 기본사항 외에도 '살처분 사유'(구제역 발생, 예방적 살처분 등)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기·충남·경남·인천·경북·강원 등은 이러한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다.

다만 강원도는 매몰지 점검결과까지 담고 있어 매몰지 정보관리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강원도는 ▲ 가스배출관 설치 여부 ▲ 침출수 처리용 톱밥 확보 여부 ▲ 비닐덮개 설치 여부 ▲ 경고표지판 설치 여부 ▲ 매몰지 성토 적정 여부 ▲ 배수로 및 저류소, 둔덕 설치 여부 ▲ 악취, 침출수 발생 여부 ▲ 이중의 통비닐 사용 및 혼합토 도포 여부 ▲ 침출수 제거 유공관 설치 여부 ▲ 관측정 설치 여부 등을 기록했다. 특히 보완조치 사항(예를 들면 '탱크 매설 10톤 / 가스 배출구 설치')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등 입체적으로 매몰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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