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이야, 호텔이야", 리모델링 논란

입력 2010. 1. 31. 17:55 수정 2010. 1. 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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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호영 기자]

부평 A중학교의 리모델링한 교장실의 입구 모습. 호텔 입구나 갤러리처럼 액자와 조명도 설치돼있다.

ⓒ 장호영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들의 비리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부평의 한 중학교가 지난 2009년 9월 새로운 교장이 취임하고 난 뒤 수천만원을 들여 교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학교장들이 관행적으로 새로 취임한 학교에서 예산 수천만원을 들여 교장실을 리모델링하고 집기를 새로 교체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시정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평의 A중학교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500여만원의 학교예산으로 교장실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학교장이 2009년 9월 새로 취임했기 때문이며, 향후 집기도 새로 교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개교한지 5년 밖에 안 된 학교인데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화장실 문이 부서져 볼일을 볼 수 없을 정도였음에도 수개월째 방치하다 지난 2009년 10월경 교육위원의 지적을 받아 시정 조치했던 학교다.

지난 2009년 4월 장애인단체와 장애인화장실 실태조사 시 방문한 A중학교의 장애인 화장실 모습. 당시 문이 파손돼 장애인은 화장실을 이용조차 할 수 없었으며 이 상태로 수개월 간 방치돼있었다.

ⓒ 장호영

또한 학교는 교장실 리모델링과 관련해 학교운영위원회로부터 예산 심의도 받지 않고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모델링한 교장실을 본 학부모 이아무개씨(41)는 "학교 예산이 없다고 중학교는 학부모들한테 학교운영지원비도 걷으면서 5년 밖에 안 된 학교의 교장실을 수천만원을 들여서 리모델링하는 게 말이나 되냐"며 "교장실이 무슨 호텔 입구나 갤러리도 아니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겉모습도 이런데 실내는 얼마나 화려하게 꾸몄을 지 상상이 안간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A중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2009년에 학교 시설비 명목의 예산을 쓴 것이기 때문에 학운위의 심의를 받을 사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체할 집기는 다른 곳에 옮겨놓은 상태지만 아직 새 집기를 구입하는 것은 확정되지 않았고, 지난해 장애인 화장실 지적받은 것은 바로 시설비로 보수를 했다"고 답했다.

이렇게 학교장이 새롭게 취임하고 나서 수천만원을 들여 교장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집기를 새로 들이는 것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돼왔다.

지난 2009년 4월에도 부평의 B고등학교가 1000만원이 넘는 예산으로 교장실을 리모델링하고 모든 집기를 교체해 이 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에 대해 "학교가 들어선 지 8년이 넘었는데 교장실의 집기를 바꾼 적이 없어 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바꾼 것이고 바닥이 너무 더러워 바닥 교체 공사만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었다.

또한 경기도 안양과 과천지역의 상당수 초·중학교들이 학교 예산 수천만원을 들여 교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거나 집기를 새로 구입해 빈축을 샀었다.

2009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 도교육위원회 이재삼 위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3년 동안 안양과 과천지역 40여개의 초·중학교가 10억여원을 들여 교장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집기를 교체했으며, 많게는 3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학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희동 전교조 인천지부 초등북부지회장은 "일부 양심 없는 학교장들이 새로 취임하고 나서 1000만원~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교장실을 리모델링하고 집기를 바꾸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있었다"며 "물론 오래되고 낡았을 경우 수리를 할 수도 있지만 매번 예산 타령을 하면서 수천만원을 들여 교장실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교장실을 번지레하게 짓는다고 우리 교육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예산낭비인 이런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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