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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사각지대 노숙인…"신종플루? 그게 뭡니까"

뉴시스 | 이승호 | 입력 2009.11.08 16:18 |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 부산

 




【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신종플루? 그게 뭔데요. 타…미…뭐라고요?"
7일 오후 7시20분께 경기 수원역 광장에 몰려든 노숙인들. 오후 8시께부터 시작되는 급식에 몰려든 거리 노숙인 150여명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간이 급식소 옆에 공중 화장실이 있었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세수는 커녕 손 씻는 노숙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때에 찌든 옷과 저마다 하나 둘씩 짊어진 가방 곳곳에 핀 곰팡이, 덮수룩한 수염, 지나는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퀴퀴한' 냄새는 신종플루 고위험군이 아닐지라도 다른 전염병이 옮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식사를 마친 이들은 잠시 수원역 주변 공원과 지하상가에 흩어져 있다가 지하철이 끊길 시각인 11시30분께가 되자 역사안으로 몰렸다.

식사를 하다 남긴 음식물을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신문지와 종이상자로 마련한 잠자리 위에 누워 주섬주섬 꺼내 먹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이 곳 찬바닥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이면 지하철을 이용해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나 쉼터가 있는 수원, 성남, 서울, 천안 등지로 향한다.

식사를 어디서 제공하는지, 잠자리 단속을 하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에만 관심을 둘 뿐 신종플루나 타미플루 등 세상 사람들이 떠드는 얘기에는 관심이 없다.

7년째 거리 생활을 한다는 명모씨(42)는 "이렇게 다니다가 아프면 죽는 거지 뭐. 죽는게 편해"라며 "'타…'(타미플루) 그거 하면 돈 줘?"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1시30분께 팔달산 밑자락. 이 곳도 신종플루에 무방비이긴 마찬가지였다.
다섯명이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노숙인들은 신종플루에 대해 묻자 "신종플루? 요즘 방송에 나오는 얘기 하나본데 3년째 감기 앓고 있어도 아직 끄떡 없어. 우리는 그런거 옮기는 사람 아니야"라고 화부터 냈다.

20년째 거리 노숙생활 중이라는 원모씨(62)는 "노숙자 생활하면서 감기 안걸린 사람이 드물다"며 "신종플루 검사를 제대로 안받아서 그렇지 노숙인들 가운데 70%이상이 환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플루로 경기지역에서만 11명이 숨지고 5만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신종플루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지만 거리 노숙인은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

수원 노숙인 쉼터 5곳과 성남 2곳, 안양 1곳, 부천 1곳 등 경기지역 9개 쉼터에서 관리중인 노숙인 200여명을 제외한 거리 노숙인에 대해서는 신종플루 예방은 커녕 제대로된 숫자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거리 노숙인은 77명뿐이지만 실제로 수원에만 하루 150~200여명의 거리 노숙인들이 식사 배급에 몰리고 있으며, 평택역에도 5명 정도의 노숙인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거리 노숙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지하철 역사에 손 세정제는 찾아 볼 수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주 2회 수원역 광장에서 거리 노숙인을 상대로 신종플루 상담센터를 운영하는데 아직까지 발열환자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정부차원에서도 노숙인 관리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노숙인 무료 급식을 하는 백점규(함께하는 교회)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적극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급식때 옆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이 더이상 힘없이 주저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관련사진 있음 >
jayoo2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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