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포옹, 미소, 냉담' 제스쳐 눈길

박종률 2010. 5. 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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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두 번째 포옹을 나눴다.클린턴 장관은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한반도 긴장국면 속에 26일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반갑게 포옹하면서 한미 양국의 굳건한 공조체제를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보여줬다.

李대통령과 클린턴의 포옹은 천안함과는 무관하다며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전면전의 으름장을 놓고 있는 북한, 그리고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동시에 고작 4시간의 '초미니' 방한이라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화끈한(?)' 제스쳐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해 6월에도 미국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포옹을 나누며 양국의 우의를 과시한 바 있다.

사실 클린턴 장관의 이번 한중일 3국 순방은 당초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국 정부가 다각적인 경로를 통해 클린턴의 방문을 적극 요청했고, 이에 미 국무부는 클린턴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는 천안함 사태가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후 클린턴 장관이 이번 순방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통해 보여준 표정은 미국과의 관계를 가늠케 하는 표식이 됐다.

클린턴이 만면의 웃음을 띠고 하토야마 일본 총리와 악수를 나눴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당초 방침에서 물러나 오키나와현 내부로 기지를 옮기기로 합의한 때문인지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을 때 클린턴은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서며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중국 측의 태도에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의 외교수장인 클린턴 국무장관이 특유의 제스쳐를 통해 한.중.일 3색 외교행보를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의 이번 한.중.일 순방에서도 3국을 대하는 미국 정부의 스탠스는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이 뒤늦게 클린턴의 방문을 요청했지만 결국 미 국무부는 '저팬 패싱(미국의 일본 무시)'을 염두에 둔 듯 가장 먼저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이어 중국에서 4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길에 한국을 '잠깐 들르는' 순서를 짰다.

일본과 한국내 체류시간이 똑같이 4시간이었지만 일본에게는 '첫 방문국'으로, 한국에게는 '대통령과의 포옹'으로 대신한 것은 아닌지...

더욱이 클린턴의 이번 한중일 3국 순방일정은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일정과도 '판박이'였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먼저 일본을 방문하고 이어 중국, 그리고 귀국길에 한국을 순방했다.

당시 오바마의 체류일정은 일본 1박2일, 중국 3박4일, 한국 1박2일로 짜여졌지만 오바마는 아키히토 일왕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깍듯한 예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일본과 같이 체류일정이 1박2일이었다 하더라도 채 하루가 되지 않는 20시간을 머문 뒤 이명박 대통령과 포옹을 나누고 귀국길에 올랐다.

오바마는 올해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李대통령과 반갑게 포옹했지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물론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李대통령과 포옹을 나누고, 또 얼마나 오래 한국에 머무느냐의 외견 보다는 무엇을 논의했는지가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다만 한미 양국 지도자들의 포옹이 의례적 인사가 아닌 진정한 양국의 우의와 공조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면 미국도 이제는 한국에 대해 성의를 가지고 존중하는 외교자세를 견지해야 한다.nowhe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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