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지킴이' 그레그와 DJ의 관포지교(管鮑之交)

2009. 8.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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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정치부 김중호 기자]

11일 궂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신촌 세브란스 병원 정문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 증세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지 30여일이 되가면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이날 병문안을 오기로 하자 취재진들의 관심은 모두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10여 분간에 걸친 이명박 대통령의 병문안에 관심이 모아지는 동안 한 백발의 미국인 노신사가 김 전 대통령의 병실을 방문한 사실은 하마터면 묻혀버릴 뻔 했다.

노신사는 지난 89년부터 92년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도널드 P. 그레그(Donald P. Gregg). 그가 없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상에 눕기 훨씬 오래 전, 대통령에 당선되지도 못한 채 유명을 달리 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미국인은 한국 현대사를 가장 극적으로 바꿔놓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대중의 목숨을 구한 美정보요원

1989년 5월 12일. 주한미국대사 인준청문회에서 그레그 대사 지명자는 신상발언을 통해 "본인 내외는 서울에서 보낸 2년간의 세월을 우리들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고, 가장 분주했던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서울에서 보낸 2년간이란 그레그 전 대사가 미CIA 한국지부장으로 재임한 1973년부터 75년까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73년 8월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도꾜의 한 호텔방에서 요원(한국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알려짐)들에 의해 납치를 당하자 구명작업에 깊숙히 개입했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그레그 당시 CIA 한국지부장은 DJ 납치가 한국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주도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비브 당시 주한미대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행방불명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납치 13일 만에 서울에서 발견되며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레그 전 대사의 '김대중 지킴이' 역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레이건 대통령은 와인버거 미 국방부 장관과 그레그 전 대사를 한국에 급파했고, 이들은 전두환 신군부를 상대로 김대중 구명운동에 나셨다.

이들의 노력 때문이었는지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에 의해 가까스로 사면을 받아 미국 망명길에 오를 수 있었고 전두환은 레이건 정부에 의해 미국에 초청됐다.

김대중 구하기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그레그 CIA 지부장이 89년 주한대사로 부임하게 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서한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는 개인적으로 귀하가 대사로 오게 돼 기쁘다. 왜냐하면 귀하는 1973년, 1980년 두 차례에 걸쳐 나의 목숨을 살려줘 내가 깊이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라며 은인에 대한 깊은 감사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 DJ가 병석에 눕자 한 달음에 달려온 지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97년 12월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퇴임한 이후에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은 그레그 전 대사와의 친분은 계속됐다.

지난 2007년 9월 김 전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오찬연설 소개자로 나온 그레그 전 대사는 아시아의 중요 정치가로 중국의 덩샤오핑,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한국의 김대중 세 사람을 꼽고, 김 전 대통령을 이 셋중 유일하게 권력밖에서 권력을 쟁취한 지도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어느덧 자신도 백발이 성성한 81세의 노신사가 된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병원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서도 여전히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계 평화에 큰 기여를 했고, 노벨평화상이 이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쾌유돼서 세계 평화를 위해 계속 일할 수 있길 바라고 기도하겠다"며 병원을 나섰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날 오후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북한 핵문제 등을 협의했다.gabobo@cbs.co.kr 'YS의 입' 박종웅 "DJ 회복하면 YS 만나길 기대" DJ 손에 끼워준 벙어리 장갑…이희호 여사의 '뜨개질 순애보' 친DJ도, 반DJ도…정치권의 DJ 병문안 러시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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