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대에 '색소 물대포'..상가까지 뒤져 연행작전

2008. 8. 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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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시 방한날 온종일 몸살

갑호 비상령 속 '부시 방한 반대' 게릴라 시위

경찰기동대 동원 강경진압…시민 항의 받기도

보수단체는 시청광장서 '부시 환영 기도회'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5일 오전, 서울 사대문 안 도심은 전운이 감돌았다.

경찰은 전날부터 '전경 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미국 대사관을 빙 둘러싸 보호했다. 대사관 뒤쪽에는 경찰 특공대의 장갑차도 모습을 드러냈다. 용산 미군 부대 쪽에도 경찰이 집중 배치됐다. 오후가 되자 '전경 버스'로 서울 세종로 네거리가 다시 한 번 차단됐고, 이날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서울시청 앞 광장과 청계광장 옆에도 차벽이 설치됐다.

[촛불문화제] 5~6일 생방송 주요장면

경찰은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부시 방한 반대 90차 촛불문화제'를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관 특공대'를 통원해 집회 시작 전부터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다. 시민 임형준(35)씨는 "모전교 위에 가만히 서있는데 왜 잡아가냐"고 항의하다가 경찰에 연행됐고, 곁에 선 30대 남성은 "팔이 빠졌다"는 비명을 지르며 '닭장차'에 옮겨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께 청계광장에 주차돼 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방송 차량'을 강제 견인했다.

경찰은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겠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낸 뒤 빨간 색소가 담긴 물대포 사격을 시작했다. 색소가 묻은 시민 10여명이 곧바로 연행됐다. 광장에서 밀려난 시민들은 '주한미군 철거가' 등을 부르며 경찰의 강경대응에 격렬하게 반발했다.

흩어진 시위대 3천여명은 강제 해산되면 장소를 바꿔 재집결하는 방식으로 청계광장~종각 네거리~종로2가 네거리~퇴계로4가~명동성당 앞 등으로 밤늦게까지 옮겨 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강제 해산이 이어질 때마다 차영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등 시민 120여명이 차례로 연행됐다. 경찰이 쏘아댄 빨간 색소가 담긴 물대포로 종로2가 네거리 등 도심 곳곳은 빨갛게 물들었다. 지난 2일부터 투입된 경찰관 기동대는 시위대 체포를 위해 종로 일대 상가 건물까지 들어가 수색을 벌이다 상인들한테서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께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는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374개 단체가 모여 만든 '부시 환영 애국시민연대'(애국시민연대)가 연 '국민화합·독도수호·경제발전·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에서였다.

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양산을 펼쳐든 50∼60대 여성들은 조용기 한기총 회장의 설교에 집중했다. 조 목사는 "방송국을 점령한 마귀, 인터넷을 사용하는 원수 마귀와 싸워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2만여명이 모인 시청 앞 광장의 하늘 위로 '한미동맹 강화, 웰컴 프레지던트 부시'라고 쓰인 대형 풍선이 바람에 나부꼈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이날, 몇 달 동안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사회는 다시 '한-미 동맹'의 의미를 놓고 심한 몸살을 앓는 것처럼 보였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은 "해방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미국은 한국 사회가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변수였다"고 말했다.

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창원·군산 등 전국 대도시에서도 하루 종일 부시 대통령의 방한 반대 기자회견과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길윤형 김성환 기자, 홍기정 인턴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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