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패는 하나, 위원장은 둘.. 웃지 못할 문방위

입력 2010. 2. 19. 11:53 수정 2010. 2. 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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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영균 기자]

19일 오후 속개된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동시출석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과 오광수 위원장이 여야 의원들의 공방을 지켜보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최종신 : 19일 오후 4시 5분]

"어르신이 양보하라" - "물러날 곳이 없다"

문화예술위의 국회 업무보고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로 미뤄졌고, 문방위의 두 위원장 출석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속개된 문방위 전체회의에서도 두 위원장은 나란히 기관장석에 앉았지만 문방위원들로부터 질의는 받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 간사가 '문화예술위 두 위원장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업무보고를 받기로' 합의하고 두 위원장을 퇴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출근투쟁을 그만하라고 종용했다. '명예회복은 충분히 됐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산하단체 위원장이라면 정부가 임명한 것이고 이 정부의 방향과 이념을 함께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김 위원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최문순 의원실 주최로 지난 9일 열린 '이명박 정부의 문화행정을 규탄하는 토론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비판하면서 다시 위원장직을 수행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한 의원은 "정부를 방해할 목적으로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은 옳지 않고, 이 자리를 떠나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속개된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로 향하며 오광수 위원장과 스치고 있다.

ⓒ 남소연

안형환 의원은 "지금까지 명예회복을 위한 행동을 충분히 했고 일반에도 충분히 인식됐다고 본다"며 "다음 번 회의에는 투사가 아니라 어른의 모습으로 (위원장직을 오 위원장에게) 양보하고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예술계의 어른다운 모습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광수 위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역공을 폈다. 서갑원 의원은 "2심에서 판결 내용이 번복되면 위원장이 바뀌고 3심에서 또 판결 내용이 바뀌면 위원장을 또 바꿔야 하느냐"며 "이명박 정부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법과 질서의 원칙에 입각해 오 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어 "오 위원장은 문화예술위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사리에 맞고 도리"라며 "이명박 정부의 법과 질서의 원칙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을 하지 않도록 오 위원장이 적절치 처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했다.

최문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최 의원은 "오광수 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50억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걸었고, 유인촌 장관은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입에 담지 못할 발언으로 김 위원장의 명예를 짓밟았다"며 "(정부 측에서) 김 위원장이 물러난 다음 2·3차의 피해를 주면서 명예를 짓밟고 있는,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김 위원장이) 문화예술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란 것 좀 알아달라"고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에게 당부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 위원장과 오광수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동시출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패는 현재 오광수 위원장쪽에 놓여 있다.

ⓒ 남소연

[1신 보강 : 19일 낮 12시 40분]

명패는 하나, 위원장은 둘... 웃지 못할 문방위

19일 오전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 두 위원장이 동시에 출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화예술위 김정헌-오광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회의에 맞춰 문방위 회의실에 똑같이 들어섰다.

하지만 문방위 행정실이 문화예술위원장석 의자를 하나밖에 갖다 놓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는 수 없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자기 의자를 빼 문화예술위원장석에 갖다 놓고 김정헌 위원장을 앉혔다. 의자를 양보한 최 의원은 접이식 철제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의자 뿐 아니라 명패도 하나밖에 없었다. 오광수 위원장 자리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명패가 놓였지만, 김 위원장은 명패도 없이 앉아 업무보고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한 지붕 두 위원장'이 출석한 '문방위 두 위원장' 사태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오전 11시 20분께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업무보고에 이어 한국문화예술위 업무보고 순서가 되자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업무보고 순서를 갑자기 바꿨다. 고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장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야당의원들을 달랬다. 업무보고 기관장을 누구로 결정하느냐는 문제로 논란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간사가 "여야 간사 합의로 결정된 회의진행 순서를 왜 위원장이 갑자기 바꾸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고 위원장과 전 간사의 설전, 여야 의원들의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회의장은 일순간 난장판이 됐다.

고 위원장은 문화예술위 뒤에 업무보고가 잡혀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업무보고를 먼저 시작하라고 지시했고, 조희문 위원장이 나와 발언을 시작했지만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고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은 영진위 업무보고 내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야당의원들은 "왜 독단적으로 회의를 운영하느냐"고 거칠게 따졌다. 고 위원장과 여당의원들도 지지 않고 "(천정배 의원) 장관까지 하신 분이 조용히 좀 하세요", "발언권을 얻어서 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전 간사가 위원장석 옆으로 가 항의하자 한나라당 안형환, 성윤환 의원이 나와 팔을 잡아끌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19일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오광수 위원장이 동시출석했으나, 고흥길 위원장이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문화예술위 업무보고 순서를 맨 끝으로 미루자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야당 "법원 판결 따라야" - 여당 "정부 결정 따라야"

오전 11시 40분께 우여곡절 끝에 회의장이 정리됐지만, 여야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싸움을 계속했다.

전 간사는 "법원 판결에 따라 김정헌 위원장이 저 자리(문화예술위원장석)에 앉는 게 법리적, 논리적으로 맞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오광수 위원장에게 대표권을 준다는 문화예술위원들의 결정은 직권남용이고 문화예술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을 예우만 한다는 결정은) 금메달을 땄는데 시상대에는 올라오지 말라는 것과 무슨 차이냐"는 독설도 퍼부었다.

천정배 의원도 "두 위원장이 문방위에 출석한 것은 웃지 못할 코미디"라며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린 가처분 신청에 대해 문화예술위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누구 마음대로 오광수 위원장을 시킨다는 것이냐"고 열을 올렸다.

하지만 여당의원들은 "정부의 결정을 따르면 된다"고 맞섰다. 안형환 간사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안 나왔기 때문에 문화예술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윤환 의원도 "정부가 오광수를 위원장으로 정했으면, 그 사람을 불러서 업무보고를 들으면 된다"고 거들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자 고 위원장은 안형환 간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회를 선언한 뒤 오후 2시에 속개하기로 했다.

문방위 회의장이 난장판이 되는 동안 김정헌·오광수 두 위원장은 아무 말 없이 현장을 지켜봤다. 정회가 선언되자 오 위원장은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지만, 김 위원장은 다른 유관기관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회의장 밖에서 < 오마이뉴스 > 기자를 만나 "국회의원들이 불러서 나와버렸다, 오후에도 계속 (회의장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방위가 속개되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19일 오전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정헌-오광수 위원장이 동시출석했으나, 위원회측에선 애초 오광수 위원장을 위한 좌석만 준비했다. 김정헌 위원장에게 선뜻 의자를 내어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방청석에 있던 철제의자를 옮겨와 앉아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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