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된 회사?..세계 最古기업 '콘고구미'

김훈기 2012. 1.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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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찰 건축 전문기업‥설립자는 '백제인'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채 30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회사들이 즐비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무려 140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기업이 실존해 화제다. 우리로 치면 고구려·백제·신라가 정족지세(鼎足地勢)를 이루던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기업이 많기로 소문난 일본에 실제로 그런 회사가 존재한다. 다름 아닌 '콘고구미'(金剛組). 주로 사찰과 절을 짓는 이 회사는 십여 년 전 국내 한 방송에도 소개됐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를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정확하게는 백제인이 세웠다는 점이다.

콘고구미의 설립연도는 578년이다. 설립자는 백제인 목공기술자인 유중광(콘고 시게미츠, 金剛重光). 지난 2005년 기준 매출액은 약 7000만 달러다. 일본 오사카(大阪)에 있는 이 회사의 종업원은 약 100명이다.

1세대를 30년이라 봤을 때 흔히 기업들은 1세대가 끝날 때쯤 위기를 겪는다고 한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 그 중 12%만이 3세대까지 살아남고, 또 그 중 3∼4%만이 4세대까지 살아남는다고 한다. 한 기업이 100년을 넘겨 4세대에 이를 확률이 0.1%로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콘고구미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중국, 한국을 거쳐 약 540년께 일본에 전해졌다. 당시 일본 지도자였던 쇼토쿠 태자는 불교와 유교를 통치의 이념으로 삼았다. 578년 쇼토쿠 태자는 백제에서 온 유중광(콘고 시게츠미)에게 사찰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세우고 이를 자손대대로 관리하라는 명을 내린다. 이로서 콘고구미의 1400년 역사가 시작됐다.

일본 최초의 사찰 시텐노지는 15년에 걸쳐 593년에 완공됐다. 그 후 이 사찰은 수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불타는 수난을 겪게 된다. 그 때마다 일본 정부는 사찰을 원래대로 유지토록 했는데 복원은 항상 콘고구미가 담당했다.

이외에도 콘고구미는 7세기에 호류지(法隆寺)를 세웠는데, 호류지 5층 목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유명하다. 1583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을 받아 오사카 성의 축조도 담당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인들에게 사찰과 신사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산이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성스러운 건물을 짓는 이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러한 점에서 콘고구미는 1400년 동안 일본의 종교 역사와 정치 역사의 무대를 손수 제작해온 존경 받는 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단지 오래된 사찰건축 전문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콘고구미가 받는 존경의 이유는 최고의 장인들이 만드는 최고의 품질 때문이다.

◇콘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이 흔들린다?

'콘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는 말이 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건물 16만 채가 완전히 파괴됐지만 콘고구미가 지은 건물들은 별 손상 없이 견뎌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콘고구미의 우수한 기술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더욱 널리 인정받게 됐다.

이 회사의 힘의 원천은 무엇보다 본업중시, 신뢰경영, 투철한 장인정신과 혈연을 초월한 후계자 선정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본에 충실해 눈에 띄는 곳보다 가려진 부분에 더 신경을 써 고객의 믿음과 사회적 신뢰를 쌓았다.

지금도 이 회사는 잘 보이지 않는 천장 등을 더 깨끗하고 말끔하게 처리한다. 천장 속이나 땅에 묻히는 곳을 더 비싼 자재로 마무리해 기초공사를 실하게 하는 데 애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이지 않는 곳도 대충하지 않으니, 보이는 곳은 얼마나 더 꼼꼼히 하겠느냐는 것이 고객의 평이다.

콘고구미는 콘고가에 의해 운영되는 가족기업으로 1400년 역사 동안 40대 장인을 배출해 왔다. 제40대 장인인 마사카즈는 1970년대에 UCLA와 캘리포니아 주립공대에서 수학한 인재로 1980년대 중반부터 회사를 경영해 왔다.

그가 말하는 콘고구미의 제일 가치는 '품질'이다. 품질이 떨어진 콘고구미는 보통 회사일 뿐 명성이 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장인정신으로 콘고가에 주어진 소명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가짐이 1400년의 전통을 있게 한 본질인 것이다.

소규모 가족기업이지만 콘고구미는 건축기술 개선을 위한 주기적인 현장 실험, 고강도 콘크리트나 견고한 내화구조를 채용하는 등 최고의 건축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다 콘고구미의 '현대화'

19세기에 들어 사찰건립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호가 없어지고 일본 사회도 서구화되면서 사찰 관리를 통한 업무와 수익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따라 콘고구미도 기업의 현대화에 속도를 내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발생한 일본 경제 버블붕괴로 콘고구미 역시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던 2006년 1월 일본 중견 건설업체 '타카마츠 건설'에 회사 영업권을 넘겨주는 형식으로 흡수 합병됐다.

하지만 주요 사찰의 관리와 보수는 여전히 콘고구미의 손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력을 따라올 곳이 없는 그 각별한 손길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콘고구미의 장인정신과 사찰건축 전문기업으로서 자존심은 1400년을 넘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허재용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화에 따른 무한경쟁, 기업의 권력화, 빠른 기술발전과 잦은 흡수·합병으로 인한 기업 수명 단축, 기술의 최첨단화에 따른 고용불안 등이 최근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하지만 고객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통해 장수해온 콘고구미의 사례는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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