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도서관', 정식 이름 갖다

2009. 5. 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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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여문 기자]

'한글사랑도서관' 현판.

ⓒ 윤여문

"드디어 '한글사랑도서관'이 정식으로 개관했습니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이 세운 한글학교, 그 한글학교 학생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서 만든 작은 도서관이 이 지역 주류사회의 축하를 받으며 문을 열었습니다.

'한글사랑도서관'의 생년월일은 2009년 5월 15일입니다. 연도는 다르되, 이날은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생신과 같습니다. 이제 세종대왕과 '한글사랑도서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글사랑도서관'은 갓 20세를 넘긴 문근영이라는 영화배우의 예쁜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의 이름도 근영 양이 호주를 처음 방문했던 2006년 8월의 캐치프레이즈 '문근영의 한글사랑'에서 따왔습니다.

근영 양은 지난 4년 동안 3000여 권의 신간도서를 직접 구입해서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매년 3500권씩 보내주기로 약정했는데, 올해는 개관 첫해라는 이유로 두 번에 걸쳐 7000권을 보내올 예정입니다.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축하할 일입니다. 그리고 호주한인동포 50년 이민사 측면에서, 감히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의미 깊은 도서관이 생겨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을 모시고 개관 행사를 하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한글사랑도서관' 내부 모습. 어린이들의 키에 맞추기 위해서 낮은 책장을 사용했다.

ⓒ 윤여문

'문근영 도서관', 이제는 '한글사랑 도서관'으로

지난 5월 15일에 개관한 시드니 소재 '한글사랑도서관'을 자축하면서 신기현 교수(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한국학)가 행한 연설 중의 일부다. 그동안 편의상 '문근영도서관'으로 불려오던 이름도 개관식과 더불어 정식 이름을 갖게 됐다.

'한글사랑도서관' 총책임자인 신기현 교수는 약 20년 동안 호주국립대학교와 NSW대학교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린필드 한국학교 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장손이면서, 광복군 사령부 신하균 선생의 장남이기도 하다.

이날 개관식에는 승원홍 시드니 한인회장, 서유석 민주평통 대양주협의회 회장, 마나스 고쉬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 목사, 브루스 와링톤 박사 등의 축하인사와 100명 가까운 한인동포와 지역주민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축하객으로 꼭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드니총영사관 관계자들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드니총영사관 관계자들의 불참이 확인되자 한 한인동포는 "MB정부 출범 이후, 어찌된 영문인지 외교관들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인동포는 "다른 한인행사에는 열심히 참석해온 총영사관 관계자들이 오늘 행사를 외면한 것은 의도적인 불참으로 보인다"면서 "얼마 전에 불거진 한국 보수논객들의 '문근영 공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추측성 견해를 표명했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문근영씨의 외삼촌 류식씨(나무컨설팅 오스트레일리아 대표)도 '한글사랑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총영사배 골프대회 등의 수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후원하는 총영사관이 도서관 건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아무리 민간 주도의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이럴 수는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문근영 선생님과 함께 춤을...린필드한국학교 일일교사 때.

ⓒ 윤여문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드니총영사관의 외면

'한글사랑도서관'은 시드니의 유서 깊은 고급주택가인 린필드에 위치한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 부속건물이다. 아담한 독립 건물이지만 도서관으로 활용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들을 갖췄다.

신기현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린필드 지역에 한글 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받아준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의 열린 마음 덕분에 장소 확보가 가능했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이 교회에 출석하는 안영승씨와 그의 부인 조경화 장로의 희생적 노고가 큰 역할을 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밝혔다.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에는 안영승씨 부부 말고도 한인동포 여섯 가정이 출석하고 있어 한인들과 유대관계가 깊은 교회다. '한글사랑도서관'이 개관되기 전에도 '무비 클럽'에서는 몇 차례 한국영화를 상영했고, 성가대에서는 종종 한국말로 찬양을 불렀을 정도다.

'한글사랑도서관'이 교회 부속 건물로 들어온 이후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교인들도 생겼다. 이를 위해서 교인인 김훈 씨와 그의 부인 김미라 박사가 한국어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말콤 앨러딩세인트 데이비드 교회 성가대 지휘자 겸 오르간 연주자인 말콤 앨러딩세인트는 "이 교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백인 기독교 성향 교회인데 한인 가정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며 "한국인들을 통해 다문화주의를 배우게 됐다, 한국인들은 문화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교회의 문화를 크게 바꾸어놓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인트 데이비드 교회'측은 개관에 즈음하여 '2009 교육 주간(Education Week 2009)'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한국문화 익히기에 나섰다. 도서관 개관일인 5월 15일에는 문근영 주연의 한국영화 < 댄서의 순정 > 를 상영했고, 16일에는 뉴욕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2008년 평양공연(American in Pyongyang)'을 상영했다.

시드니 어린이들이 문근영씨에게 보낸 감사카드.

ⓒ 윤여문

배우 문근영은 축하 편지로 참가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문근영입니다. 우선 '한글사랑도서관' 개관을 축하합니다. 먼 거리라, 개관식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기회가 되면, 다음에 꼭 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도서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개관을 축하합니다."

문근영씨는 '한글사랑도서관' 개관에 즈음해 축하편지를 보내왔다. 이 메시지는 호주에 유학중인 동생 지영양이 영어로 대신 읽었다.

이에 답해 린필드 한국학교 학생들도 '문근영 언니(누나)에게 보내는 감사카드를 만들었다. 아주 커다란 카드에 51명의 어린이들이 다소 서툰 말로 다양한 내용의 감사의 뜻을 담았다.

"Dear 문근영 / 언니 나야, 지원이 / 언니 보고 싶어""책을 좋아하는데 / 도서관 열어주셔서 땡큐! -류림""문근영 언니 / 책 주셔서 감사 감사합니다 / CF 찍은 것들 봤는데 짱이에요 -정은""문근영 언니 / 제 언니가 언니의 팬이어요 / '댄서의 순정' 재밌게 봤다고 전해달래요 -예지"

"Dear 문근영 누나 / 한글사랑도서관을 위해 책과 많은 돈을 보내주어서 고마워요 / 열심히 책 볼께요 -4학년 김민석 올림"

"근영 언니에게 / 난 언니를 모르지만 책 줘서 감사! / 인터넷에서 언니사진 볼께요 -민채"

"문근영 언니 / 보내주신 책들 중에 재미있는 책이 엄청 많아요 / 감사합니다 -고유정""문근영 언니 / 덕분에 시드니 생활이 쎄련되졌어요.ㅋㅋ / 요즘 도서관 들락거리면서 유식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서준경"

"문근영 누나 / 언제 한 번 더 놀러오세요 / 책 많이 읽을께요 -이정현""Dear 문근영 언니 / 한국책 잘 못 구하는데 / 파는 곳도 별로 없고 / 감사해요 / 모르는 단어 많아도 그냥 쭉 읽어보고 / 많이 알겠습니다 -홍은비"

"문근영 언니 / 저는 1시간도 넘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본답니다 / 와우, 정말 감사합니다 -효주 올림"

문근영씨가 보내온 도서를 박스에 담아 20여 개 한글학교에 배달했던 '이동도서' 시절. 신정희(우)씨와 문근영씨 외삼촌 류식씨

ⓒ 윤여문

한인동포들의 자원봉사로 맺은 '결실'

'한글사랑도서관'은 우연한 기회에 문근영씨가 작은 씨앗을 심었고, 한인동포들의 꾸준한 보살핌으로 그 씨앗이 발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2008년 11월 문근영씨가 1억 원의 거액을 '한글사랑도서관' 기금으로 쾌척한 이후, 약 반년 동안 한인동포들은 주말마다 모여서 자원봉사를 했다. 대청소에 이어서 책장 짜기, 도서 분류 및 바코드 작업 등을 꾸준하게 진척시킨 것.

한인동포 화가 다섯 명은 자신들의 작품을 기증하여 휑했던 벽면을 아름답게 꾸며주었고, 이름 밝히기를 사양한 학부형은 어린들의 키에 맞는 낮은 책장을 대거 구입해왔다. 또 어떤 공관원은 소파들 가져왔고, 각종 집기를 사들고 오는 동포들도 많았다.

지난 4년 동안 자원봉사자가 되어, 자신의 집 차고를 활용해 문근영씨가 보내오는 책들을 '이동도서관' 방식으로 약 20개 한글학교에 대여해온 신정희씨는 "도서관 개관 준비 6개월 동안 주말 자원봉사에 나선 인원과 물품 및 기금 후원자들의 숫자가 1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안영승 사장, 신기현 교수, 케이트 보이드, 로레인 포로우즈, 서유석 민주평통 대양주 회장, 승원홍 시드니한인회 회장, 마나스 고쉬 목사, 신정희 도서관장.

ⓒ 윤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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