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내 연기는 과대평가 받고 있다"

2009. 9. 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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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종우역체중 20Kg 감량 어렵지만 작품위해 불가피

김명민은 한눈에 보기에도 살이 너무 많이 빠져있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과 사투를 벌이는 종우 역할을 연기했다.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김명민은 실제로 20kg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예전 당당했던 근육질 체격을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김명민의 육체는 망가졌다. 그래도 눈빛만큼은 빛났다. 특히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같은 독설이 나왔다. 방송국 연기시상식 논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자세 등을 냉정하게 지적했다.

설렁설렁 말을 하는 것 보였지만 임팩트는 굉장했다. 김명민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냉정했다. "내 연기는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명민의 태도가 부드러워진 것은 고 장진영을 추억할 때다. 영화 '소름'에서 함께했던 장진영을 이야기하는 김명민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나왔다. 이런 감성을 영화 '내 사랑 내 곁에'(24일 개봉)에서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을 뺀 것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불편하지 않나.▲영화 홍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제작발표회 때 개그맨 한민관씨 관련된 질문이 나와서 대답을 했을 뿐인데, 마치 내가 먼저 한민관씨를 거론하며 이야기한 것처럼 기사들이 나온 것은 좀 그렇다. 살을 뺀 것은 영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더 말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을 더 빼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매일 매일을 살았다.

-김명민을 보면 '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좋은 의미에서의 독하다는 표현이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너무 티가 나서 민망해진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공부하는 티를 잘 안내지 않나.

-'연기 본좌'라는 말을 듣는다.▲나는 조용히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사실 나는 연기에 거품이 있다.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말 연기파는 아니다. 정말 연기 잘하는 분들이 볼 때는 김명민 정도의 연기가 너무 집중조명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겸손한 것이 아니다. 내 분수를 아는 것이다.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로 송승헌과 MBC 연예대상을 공동 수상한 것을 가지고 논란이 컸다.

▲송승헌씨가 불편했을 것이다. 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상이라는 것이 항상 공정한 것은 아니다. 나는 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것이 큰 상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트로피가 뭐가 중요한가.

-2007년 '하얀거탑' 때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더 큰 논란이 됐다.▲당시 집안에 일이 있었다는 해명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대상을 받을 것이라고 애초부터 기대를 안했다.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씨가 당연히 받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배용준씨가 MBC에서 대상받는 장면을 관람하는 패키지 여행상품이 애초부터 판매되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대상을 못 받는 것은 괜찮은데, 일본 관광객들 모시느냐 우리나라 팬들이 시상식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번 영화는 권상우가 먼저 캐스팅됐다가 결국 고사했다. 대타출연이라는 말을 들어도 괜찮나.

▲정말 상관없다. 야구에서의 대타는 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런데 연기는 그것이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잘하면 된다.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모두 대타 캐스팅이었다. 이번 영화도 역시 대타다. (권상우씨가) 나보다 훨씬 스타다. 인정한다. 자존심이 매니지먼트사에서는 중요하겠지만, 사실 배우는 자존심을 내세우면 안 된다. 자존심을 연기에서 보여야지 연기도 못하면서 크래딧에 이름 올라가는 순서 같은 것을 따지는 배우들을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고 장진영씨와는 '소름'에서 특별한 인연이었다.▲영화 찍을 당시에는 내가 그릇이 작아서 여배우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내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다. 정말 잘못했다. '소름' 이후에 사실 연락을 잘 못했다. 사람 심리가 그렇다. 장진영씨가 여우주연상도 받고 너무 잘되고 있는데 진심으로 축하를 못해줬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장진영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고 어땠나.▲해외에서 촬영이 있었는데 매니저한테 전화를 받았다. 순간 다리가 떨려서 그날 일정을 취소했다. 한동안 신경을 안 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의식중에 마음속에 있었나보다. 그동안 장진영씨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감정이 북받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건강은 문제 없나.▲영화 끝나고 종합 건강검진도 받았고 요즘도 2주에 한 번식 병원에 간다. 신체기능에 몇 가지 문제는 있다고 한다. 예전처럼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몸을 망가뜨리며 영화를 찍을 이유가 있었나.▲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선택을 했으니까 해야만 했다.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 선택을 안한 것이 맞았다. 그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는 이긴 것 같다. 후회는 없다.

스포츠월드 글 김용호 기자, 사진 김두홍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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