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엔 신입행원 초임 20% 깎더니.. 이번엔 기존행원 임금인상폭 줄여 신입 보전?

2011. 8.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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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잡 셰어링'에 은행들 勞勞갈등 우려

[동아일보]

신입행원들의 임금 복원 문제가 은행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린 전국금융노조집회에 참가한 은행원들이 '신입초임 원상회복'을 요구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A은행에 2009년 이후 입사한 신입직원의 연봉은 2008년 입사한 선배보다 700만∼800만 원 적다. 은행들이 2009년부터 신입직원의 연봉을 줄여 확보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라는 정부 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지금 A은행이 신입직원과 기존 직원의 연봉 격차를 줄이려면 45억 원 정도가 든다. 지난해 1조 원대의 순이익을 낸 이 은행은 신입직원 연봉을 당장 메워주고 싶고 여력도 충분하지만 '정부에 밉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초임을 20% 정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신입직원 채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기존 직원의 임금인상 폭을 줄여 신입직원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전체 임금인상률이 4%라면 기존 직원 임금은 2%만 올리고 신입직원은 6% 올려 보전하는 방식이다. 또 신입직원 초임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해 논란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정부는 신입직원이 연봉 격차 때문에 느끼는 박탈감을 줄이려는 '정책 수정'이라고 하지만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했던 '정책 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실패한 잡 셰어링, 밀어붙이는 정부

당초 잡 셰어링은 기획재정부가 297개 공공기관 중 대졸 초임이 2000만 원 이상인 기관을 대상으로 했지만 업무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은행들도 이 정책에 포함됐다. 당시 기존 직원 임금은 그대로 두고 신입직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009년 일주일에 3일 근무하는 인턴사원 600명을 뽑아 6개월 정도 채용한 적이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채용실적은 미미하다. 하나은행 인턴채용 규모는 2009년 506명에서 지난해 23명으로 급감했다. 인턴 근무 후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예를 들어 4대 시중은행 인턴 중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율은 평균 2%에도 못 미친다. 4대 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규모는 2008년 1550명에서 2010년 1319명으로 되레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잡 셰어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신입직원의 임금 복원은 필요하지만 초임 삭감조치 자체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직원의 임금을 줄여 1∼3년 차 직원에게 임금을 더 주더라도 매번 회계연도를 넘겨 새로 입사하는 직원은 전년도에 들어온 직원보다 20% 덜 받는 모순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2년 전 정부가 아랫돌(신입직원 임금) 빼서 윗돌(기존 직원 임금)을 괴더니 이제는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 상처 받은 신입들, 가슴에 독을 품다

입사 2년 차인 C은행의 한 여직원은 "1, 2년 선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도 많은데 20%나 적은 연봉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임금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이미 깎인 연봉은 영원히 못 돌려받는다는 점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D은행의 3년 차 직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6일 기존 직원에게 낮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초임 복원 방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것에 대해 "기존 직원이 대다수인 노조가 수수방관하다 기존 직원이 손해를 볼 것 같으니까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들은 이런 상황이 기존 직원과 신입직원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중대한 국가 문제를 신입직원 초임 삭감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접근한 게 문제"라며 "이러다 신입행원들만의 노조가 새로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9일 만나 신입직원 초임복원 문제를 올해 임금·단체협상 안건에 넣을지를 논의한다. 은행연합회는 개별 은행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 반면 노조 측은 임금협상 때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대외 상황이 급변한 점 때문에 임금복원작업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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