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못막은 대형마트 '동전'으로 막는다

박용근 기자 2011. 4. 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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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민단체, 잇단 영업시간 단축 요구 거부되자잔돈 장보기 나서.. '향토마트' 할인행사 공동대응

"시민단체 회원들이 동전으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계산대가 혼잡하오니 일반 고객들께서는 2층 계산대를 이용해 주세요."

일요일인 지난 3일 오후 3시30분. 전북 전주시 서신동 이마트 매장은 휴일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때 동전계산이 실시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100여명에 이르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회원들이 20군데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

지난 3일 전주 이마트에서 한 시민이 동전으로 물품값을 치르고 있다. | 박용근 기자

계산대에는 1원과 10원, 100원짜리 동전이 쏟아져 나왔다. 마트 계산원들은 동전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이른바 '동전 장보기'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 고육지책의 동전 장보기 =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단축 요구는 전주에서 시작됐다.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은 4일까지 103일간이나 천막농성을 벌였다. 시의회와 도의회의 결의문도 잇따랐다.

대형매장은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하고, 한 달에 3일 휴업하는 것이 요구안의 골자다.

향토상인들과 외지 재벌 대형매장들이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외침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수개월째 농성과 궐기대회를 열어도 대형매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공대위는 실력행사를 벌이기로 하고 동전 장보기를 구상했다. 공대위 회원들이 직접 쇼핑을 하고 계산을 동전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계산대가 마비돼 고객과 매장 측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2월16일 첫 행사가 전주 이마트에서 시작됐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큰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매주 수요일 이 행사를 진행했는데도 대형매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공대위는 또 다른 대책을 내놨다. 동전 장보기 행사를 3일간 집중적으로 실시키로 한 것이다. 1일부터 연속 3일간 실시된 이 행사로 전주 이마트는 곤욕을 치렀다.

계산대는 그야말로 마비상태였다. 회원 한 명이 계산을 마치는 시간은 족히 20분이 넘게 걸렸다. 계산을 기다리는 줄은 길어졌다.

물론 "쇼핑할 권리마저 빼앗는 것은 불편하다"며 고성을 지르는 시민도 목격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오죽하면 저런 행사를 벌이면서 대형업체들과 싸움을 벌이겠느냐"며 불편을 감수했다.

김남규 전주시 의원은 "대형유통업체로 인해 지역 상권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면서 "법적 대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힘을 합쳐 향토상인들을 보호하는 길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향토마트는 파격 할인행사로 맞불 = 동전 장보기 집중행사가 열린 3일간 전주시내 동네슈퍼와 재래시장 상인들은 공동할인행사를 벌였다. 쌀, 삼겹살, 라면 등 10개 품목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했다. 대형마트로 가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함이었다.

유명마트 김종기 대표는 "우리 동네슈퍼들은 공동 마케팅으로 시민들에게 향상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매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발족된 공대위는 중소상인살리기 전북네트워크를 비롯해 상인단체, 시민사회단체, 자원봉사단체 등이 주축이 돼 있다. 여기에 도의원 18명, 시의원 27명, 5개 정당도 가세했다. 이들은 최근 전주 시내 각 대형마트에 영업단축 의향을 묻는 공식 질의서를 보내고 11일까지 답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나가라는 것이 아니다. 공대위 유창희 공동대표는 "그저 동네상권과 상생할 수 있게 조금만 양보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집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대책위로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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