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등생들 가방 대신 '캐리어' 왜?
학원교재 20㎏ 넘어 책가방 메고 다니기 부담 "키 안 크고 어깨 굽을라…" 학부모들 구입 러시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가방 대신 '캐리어(carrier·사진)'를 끌고 다녀요. 우리 엄마도 어깨가 굽고 키가 안 큰다면서 캐리어를 사 주셨어요."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캐리어 바람이 불고 있다. 9일 검은색 캐리어를 끌고 대치동의 한 유명 학원 안으로 급히 들어가던 이모(여·12)양은 "두꺼운 학원 교재를 가방 안에 가득 담으면 그 무게가 20㎏이 넘어 도저히 책가방을 멜 수 없다"며 "학원 수업이 많은 날에는 캐리어 하나로도 부족해 엄마에게 학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30분쯤 P영어학원의 수업이 끝나자 20여명의 초등학생이 저마다 가로 30㎝, 세로 40㎝ 크기의 캐리어를 손으로 끌며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 학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여·38)씨는 "며칠 전 우리 아이가 가방 끈이 끊어진 채 가방을 들고 와 무게를 달아 보니 25㎏이 넘어 혀를 내둘렀다"며 "한참 클 나이에 어깨에 무리가 가고 키가 안 자랄까 봐 당장 끄는 캐리어로 가방을 바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생 이모(9)군이 열어 보인 캐리어 안은 교재 한 권당 300여페이지에 달하는 미국 초등학교 영어 문법 교재와 단어장, 수백장의 A4지 유인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군은 "오늘은 학원 수업이 적어 캐리어가 가벼운 편이며 학원 강의가 겹치는 날에는 교재 수가 이보다 두 배는 많아 캐리어 하나로는 부족할 지경"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대치동의 한 유명 영어학원 관계자는 "미국 원어민 교과서를 수업 교재로 사용해 책의 무게가 상당할 수밖에 없어 입학 때부터 캐리어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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