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0원권 시대] 특별한 ATM에만 신사임당 모신다

2009. 6. 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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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5만원권 신권이 시중에 나오지만 CDㆍATM 등 자동화기기 이용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일단 자동화기기를 최소한만 교체하고 나머지는 신권 유통속도와 고객활용도 등을 고려해 교체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수익성, BIS비율 등 산적한 현안 때문에 자동화기기 교체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셈이다.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5만원권 신권 발행을 앞두고 CDㆍATM 등 자동화기기 교체를 서두르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 기존 기기를 전면 교체하는 방안과 프로그램과 지폐 감별부 등 기기 일부분만 손보는 방법이 있다. 기기 전면 교체는 은행권 추산에 따르면 대당 3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고 프로그램과 일부 장치 교체에도 500만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엔 큰 부담이다.

따라서 대부분 은행들은 막대한 비용 문제로 한꺼번에 수천 대에 이르는 기기를 모두 교체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은행들은 일단 영업점별로 1~2대 정도 먼저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6년, 2007년 5000원권과 1000원권, 1만원권 신권이 나왔을 때도 대부분 은행이 순차적으로 기기를 변경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점포당 한 대씩 기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우리은행 887여 지점에 운영 중인 ATM 4800여 대를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영업점별로 ATM 1~2대에 5만원권 인식이 가능한 프로그램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다음달 중순쯤부터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하면 7월 중순쯤부터는 5만원권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ㆍ신한은행 관계자 얘기도 다르지 않다. 점포별로 ATM 1대씩을 우선 교체할 계획이다. 자동화기기 이용객이 특히 많은 점포나 무인 점포가 우선 교체 대상이다.

우체국 금융은 이미 자동화기기 2300여 대를 발주한 상태다. 이들 기기는 모두 5만원권 신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국 2700여 개 지점에 한 대씩 배치할 수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조기 발주 원칙에 따른 것이다.

비용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국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본ㆍ지점과 출장소에서 운영 중인 5만여 대가 넘는 자동화기기를 전면 교체하려면 기기 제조업체 물량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민 9780여 대, 신한 7160여 대, 우리 6800여 대, 농협 6700여 대, 하나 3660여 대 등이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 금융 자동화기기도 1000여 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노틸러스효성, 청호컴넷, FKM 등 기존 업체들이 한꺼번에 이 물량을 전부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순수 국내 제작이 드물기 때문이다.

5만원권 신권 특성도 각 금융회사가 기기 교체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즉 5만원권이 2007년 발행된 1만원권 신권과는 유통속도, 사용량, 사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화폐 발행 잔액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현재 화폐 발행 잔액은 약 30조원이며 이 중 1만원권이 26조원으로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5만원권 신권은 고액권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유통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초기에는 5만원권 신권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액권 사용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 기기를 전부 교체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들 판단인 셈이다.

결국 5만원권 발행 후 한동안 고객들은 창구에서 직접 입ㆍ출금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고객 대기시간이 늘어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5만원권 신권이 고액권인 만큼 창구거래가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06년과 2007년 신권 발행 때 경험했듯이 신권 사용이 가능한 기계라도 작동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금융회사들이 올해 중 5만원권 입ㆍ출금이 가능한 자동화기기를 점포당 적어도 1대씩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조폐공사는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월 25일 신권 도안 공개 후 50여 개 기기 제조업체에 세 차례에 걸쳐 시험장소와 신권 시제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웅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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