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앞에 몸낮춘 'KT의 굴욕'

박지희·임현주기자 2009. 12. 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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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포스터 위치·전용 진열공간 등 일일이 지시대리점선 단말기 공급 중단 우려 '울며 겨자먹기'

KT의 아이폰 판매전략이 도마에 올랐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아이폰 판매를 위해 사상 최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부 애프터서비스(AS)도 떠안았지만 정작 대리점은 포스터 한 장도 맘대로 붙이지 못하고 있다. 애플의 요구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아이폰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과도하게 애플의 '입맛'에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종로지역 KT 대리점 출입문과 대형 유리창에 애플 아이폰 포스터와 아이폰 출시를 알리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강윤중기자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각 대리점에 공문을 보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 진열에 몇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을 주문했다.

이 문서에는 대형 포스터의 경우 출입문 손잡이를 기준 선으로 정해 출입문 오른쪽 중앙에 잘 보이도록 붙여야 한다. 주변에는 다른 홍보물 부착을 금지했다. 매장 외부 유리창이 좁은 경우 아예 아이폰 포스터만 붙이도록 주문했다.

진열대에서도 아이폰은 '특수 대접'을 받는다. 각 단말기 제조사별로 다수의 단말기가 동등하게 진열되는 것과 달리 아이폰은 거치대와 함께 전용 장식대에 진열할 것을 의무화했다. 아이폰이 진열된 공간 주변에 다른 단말기를 진열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각 매장 진열대에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타사 단말기들과 넓은 자리를 차지한 아이폰이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KT는 또 매장별로 최소 2명 이상의 직원이 아이폰 교육을 받도록 했다. 교육을 받은 뒤 별도의 시험을 거쳐 80점 이상이 나올 경우 아이폰 안내를 맡도록 했다.

이 밖에 각 대리점은 고객들이 무선랜 환경에서 인터넷 접속을 통한 시연이 가능하도록 반드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KT는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할 경우 '아이폰 판매 중지 조치'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혀 대리점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대리점 운영자는 "고객들이 아이폰을 많이 찾긴 하지만 우리가 아이폰만 파는 것도 아닌데 (본사에서) 너무 많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단말기 공급이 중단되면 낭패를 당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KT가 아이폰 외에 옴니아2나 구글폰도 대리점을 통해 내놓을 때도 포스터나 직원 교육을 아이폰처럼 까다롭게 할지 의문"이라며 "KT가 애플의 아이폰 판매정책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아이폰 발매 초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며 "아이폰 판매에 관한 사항은 애플과 협의를 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온라인 오픈 마켓에서 진행 중이던 예약 판매가 중단된 것도 애플과의 계약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은 온라인 마켓 등의 유통 혼란을 예방한다며 KT 직영의 폰스토어에서만 유통이 가능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알지 못한 일부 대리점은 오픈 마켓에 예약 판매 광고를 올려 수십명의 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KT가 애플의 방침을 각 대리점에 전달하면서 하루 만에 판매를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매장의 통일된 운영을 위해 업체마다 디스플레이 규정은 갖고 있지만 단말기 하나만을 위해 규정을 따로 만드는 사례는 없었다"며 "애플에 과도하게 '특별 대접'을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 박지희·임현주기자 violet@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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