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말하는 '한국 IT 산업의 위기'

백강녕 기자 2011. 8.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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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구글의 하청업체 전락 위험"

" 구글 의 모토로라 인수는 한국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글로벌 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없고 하드웨어만 있는 한국 대기업들이 결국 크게 당하고 있는 것이죠."

한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의 창업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이 하드웨어(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파워를 겸비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금까지 제품을 만들 때 삼성전자의 제조기술에 의지했던 구글이 직접 물건을 만들기 시작하면 결국 삼성전자는 구글과 동반자 관계에서 하도급 업체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주는 이유는 표준을 장악한 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죠. 조금씩 자꾸 빼앗아 갈 겁니다."

그는 이 상황이 "대기업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빵집, 밥집까지 계열사로 거느리면서도 사람들에게 팔 범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계열사로 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소프트웨어'란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갖춘 자회사가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정말 큰 힘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망가뜨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 경영진에게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을 겁니다. 이제 곧 시간과 돈을 들여 어렵게 키운 똑똑한 직원들이 삼성전자란 이름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기업들이 직접 사람을 뽑아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직접 소프트웨어 전사를 키워내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막는 또 하나의 요소로 정부를 지목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방치하면 극을 향해 치닫는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조선일보 가 최근 연재하고 있는 자본주의 4.0 시리즈와 같은 맥락입니다. 규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막 나가면 정부가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부가 소프트웨어 인력이 자랄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는 창업이 가장 쉬운 분야이기 때문에 엔지니어 몇 명이 뜻을 모으면 그만이다. 장비도 필요 없고, 심지어 사무실도 필요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작은 지원이나 환경 조성만 이루어져도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스마트폰 분야의 융합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MS가 살아남기 위해 노키아를 인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산업 전체로 퍼져 나갈 겁니다. 대기업·중소기업·정부가 힘을 합쳐 빨리 건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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