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 속 이 세상]방사선, 도대체 누구냐 넌

글 임소정 http://science.khan.kr 2011. 3. 2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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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뢴트겐이 첫 발견또 다른 방사성 원소 찾아낸 퀴리 모녀는 백혈병으로 사망사고 나도 대폭발 않는 핵융합 핵분열 대체방법으로 연구 중

▲ 방사선: 방사성을 가진 원자에서 발생하는 빛 또는 물질이다. 몸을 투과하면 분자와 공명하여 세포나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변형시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온 국민이 방사선 전문가가 되어갑니다. 듣도 보도 못했던 시버트(Sv)라는 단위가 익숙해지고, 포털에서는 지역별 실시간 방사선 수치를 알려줍니다.

방사선이 처음 발견된 건 19세기 말. 독일의 뢴트겐이 1895년 음극선관에서 두꺼운 검은 종이를 뚫고 나오는 미지의 빛을 발견하고 X선이라 이름붙였습니다. 뢴트겐은 이 발견으로 1901년 제1회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1896년 뢴트겐의 X선을 접한 프랑스의 베크렐은 형광물질과 방사선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우라늄에서 독자적인 빛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죠. 그는 이 현상을 '방사능'이라고 불렀습니다.

뢴트겐은 아내를 설득해 X선에 손을 노출시켰다. 뼈 위에 있는 반지가 상당히 커보인다.

퀴리부부는 우라늄 외에 폴로늄과 라듐이라는 새 방사성 원소를 발견해냈죠. 퀴리부부와 베크렐은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함께 받았는데, 이들은 의학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라듐을 다루면 피부에 화상이 생긴다는 걸 처음 알아냈거든요. 비정상적 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항암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겁니다. 그러나 마리 퀴리는 방사성 물질을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로 유해성에는 무지했던 탓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핵분열의 핵심인 중성자 발견에 기여한 사람이 뉴질랜드 출신의 러더퍼드입니다. 그는 방사선을 알파선과 베타선으로 구별했습니다. 알파선은 헬륨 원자핵으로 이뤄져있어서 질량이 크고 쉽게 흡수되지만 공기 중에서 멀리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옷이나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삼키거나 흡입하면 위험합니다. 베타선은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알파선보다는 멀리 가지만 1.3m 두께의 공기나 1.5㎝ 두께의 물, 몇 ㎜ 정도의 고체로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위험한 감마선도 있었습니다. 감마선은 X선처럼 투과력이 매우 높아서 수m 두께의 납이나 콘크리트로 차단해야 하며 화상과 암, 유전자 변형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물질이 여러 단계를 거쳐 다른 원소로 전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우라늄은 여러번 붕괴를 거치면 납이 되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그는 또 질소 원자핵에 알파선을 쏘아 산소 원자핵으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에 가까운 실험에도 성공합니다. 이로써 인공 방사성 원소를 만드는 게 가능해졌고, 마리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가 남편과 함께 이 업적으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렌도 엄마와 같은 병으로 죽습니다. 얄궂게도.

러더퍼드의 원자모형. 원자핵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처음 제시했다.

독일의 오토 한은 1938년 중성자를 우라늄염에 충돌시켜 최초의 핵분열 실험에 성공합니다. 우라늄 원자가 바륨139와 크립톤92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조각으로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고, 그는 1945년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됩니다. 그는 파라핀 감속재를 써서 중성자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는데, 속도가 느려야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원자력발전소들에서 감속재를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우라늄처럼 질량이 큰 원소의 원자핵은 중성자와 충돌하면 2개의 작은 핵으로 갈라지면서 2~3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옵니다. 이 중성자들은 주변의 다른 핵을 다시 분열시킵니다. 이탈리아의 페르미가 1942년 이 연쇄핵분열 반응을 실험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은 아주 작은 질량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러더퍼드는 정작 핵에너지의 이용에는 부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하이젠베르크가 그런 구상을 묻자, "웬 뚱딴지 같은 생각이냐"고 쏘아붙였다는군요.

핵분열과 반대인 핵융합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별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에서 착안한 핵융합은 2개의 수소 원자핵이 모여 헬륨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높은 속도로 운동하던 중성자 하나가 멈출 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겁니다. 핵융합로는 연료를 공급하지 않으면 즉각 멈추고, 핵분열과 달리 연쇄 반응도 불가능합니다. 사고가 나도 대폭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또 물 속에 존재하는 중수소를 연료로 이용, 인류가 10억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다만 핵융합 장치는 아직 장시간 가동이 어렵고, 원자로보다는 적긴 하지만 역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옵니다.

체르노빌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겠느냐는 믿음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독일은 이번 일본 사태를 보고 '원자력 출구전략'을 가동했다죠. 한번 지어진 원전은 폐기처분하려 해도 방사능 문제가 발생한다니, '원자력 르네상스'는 좀 더 안전한 방식의 원자로가 개발된 뒤에 꿈꾸는 게 낫지 않을까 싶군요.

■ 글 임소정

■ 주소 http://science.khan.kr

글쓴이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경향신문 편집부 기자로 일하며 과학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임소정 http://science.kha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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