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남긴 전화번호 프로그램 깔자 '좌르르'

2010. 5.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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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인정보 음성적 거래 넘어

최근엔 추출 프로그램 판매

물품거래 사이트 등 주타겟

번호노출 불가피할땐 한글로

스팸문자 왜 늘었나 봤더니

#1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휴대전화로 하루 평균 6~7통의 스팸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예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대리운전 업체 등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쪽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보내는 스팸이다. 대출안내, 초고속인터넷 가입, 휴대전화 교체, 도박, 성인물, 데이트 알선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문자알람을 설정해놓고 수시로 확인하는데, 스팸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지방선거 후보들의 스팸문자까지 쏟아져 '스팸공해'를 실감하고 있다.

#2 쇼핑몰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상거래를 하는 이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 노하우 공유가 활발하다. ㅅ클럽의 게시판에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홍보기법과 도구가 공유·거래되고 있다. 전자우편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해서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프로그램 판매도 이뤄진다. 더러 공짜 프로그램도 있지만, 간혹 50만원을 넘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프로그램마다 구매자들의 평가가 달려 있다.

각종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 스팸이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고 있다. 인터넷에 노출된 휴대전화 번호가 자동으로 수집돼 유통되는 개인정보 거래시장이 만들어진 데다, 이를 구입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김아무개(42)씨는 인터넷에서 500만원에 구입한 휴대전화번호 파일을 이용해 두달간 7만8000통의 대출광고 스팸을 발송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하루 2800건씩 스팸문자를 보내 158명에게 10억6000만원 어치 대출을 알선해 주고, 7180만원의 중개 수수료를 챙겨온 혐의다.

스팸문자는 스팸메일보다 폐해가 더 크다. 최근 이메일 서비스 업체들은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기능을 강화한 탓에 상당수 스팸메일이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삭제된다. 음성적으로 건당 1원 수준에서 거래되는 개인정보 파일을 구매해 스팸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발송자가 직접 인터넷상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한 뒤 데이터베이스 파일로 만들어 스팸문자 발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의 마케팅 관련 커뮤니티나 검색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전화번호 추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시켜봤다. 2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가동시킨 결과 2000개가 넘는 휴대전화 번호가 수집됐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휴대전화 번호를 모아오는 것일까? 알고보니 인터넷에는 휴대전화 번호가 널려 있었다.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한 한 포털의 카페는 회원만 550만명이고 다양한 물품별 게시판이 있다. '팝니다' '삽니다' 게시판마다 거래를 위해 남겨둔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고물품과 중고차 직거래 사이트는 물론이고 자취방 찾기 등 부동산 사이트, 아르바이트 등 구인구직 사이트 등 이용자 스스로 전화번호를 노출시켜놓은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인터넷에 노출된 휴대전화 번호는 이런 프로그램이 몽땅 긁어와 '공유'시킨다고 보면 된다. 수집 프로그램에 의해 수집된 휴대전화 번호는 데이터베이스가 돼 유통된 뒤, 이들 번호를 영업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이들의 손에 넘어가 스팸문자로 발송된다. 한 개발자는 "20여분 만에 휴대전화번호 추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의 전화번호를 모을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상진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과장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노출 대응시스템을 만들어 인터넷진흥원에서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정보를 찾아 삭제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주민등록번호 노출만 대상으로 했는데 최근 이동전화번호, 카드번호, 계좌번호 노출도 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삭제 대상인 휴대전화번호는 데이터베이스화된 파일에 한하고, 이용자가 올린 번호는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에 휴대전화번호를 올려놓으면 결국 전화번호 수집기에 의해 스팸문자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엔 숫자 일부를 1234 대신 일이삼사 식으로 표기하면 로봇의 수집을 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목적이 달성되면, 즉시 번호를 삭제하는 게 좋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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