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에 비친 그당시의 서울은

2009. 10.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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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 서울역사박물관은 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3명의 외국인이 1919년과 1947년, 1973년 서울을 찍은 사진 120여점을 중심으로 ´세 이방인의 서울 회상´전을 연다.사진은 1970년대 청계천판자촌에서 빈민구제활동을 벌인 노무라 모토유키의 사진. ⓒ 서울시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격동의 시기,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떻게 비쳤을까.한국 근대사의 큰 전환점이었던 1919년과 1947년, 그리고 1973년에 서울의 모습을 촬영한 외국인 3명의 사진이 공개됐다.

서울역사박물관는 8일 당시 서울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120여점을 중심으로 '세 이방인의 서울 회상'전을 개막한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독립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퍼져가던 1919년 서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UPA(UPI의 전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일본의 항복 선언 직후인 1947년 미군의 시선으로 서울을 지켜봤던 프레드 다익스,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청계천에서 각종 빈민구호활동을 펼쳤던 노무라 모토유키의 사진.

서방 언론인과 미군, 그리고 사회복지가라는 각각 다른 분야의 이들의 사진은 암울한 시대상과 함께 일제 강점기 하의 아픔,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도시 소외계층의 희망과 고뇌 등을 생생히 잡아냈다.

1919년 일제시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앨버트 테일러는 광산개발업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뒤 UPA(UPI의 전신) 통신의 한국특파원으로 3.1 독립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서 발견해 서방언론에 알렸던 인물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사진에 나타난다. 종로구 행촌동에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딜쿠샤(Dilkusha)라는 커다란 서양식 저택을 짓고 부인 메리 테일러와 오랫동안 한국에 거주했으며,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들을 서울시에 기증하면서 그의 아들은 서울시의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1919년 3월3일, '독살설'이 퍼졌던 고종의 장례행렬을 바라보는 백성들. 종로통에 운집한 이들은 '나라의 아버지'를 잃은 회한과 절망이 뒤섞여 묘하게 무표정한 얼굴이 됐다.

또 인왕산 서편 부근에서 남북으로 서울을 조망한 파노라마 사진에는 서울성곽의 전체 윤곽 등 1920년대 말 서울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와 함께 당시 정황을 알려주는 이용설(연세대학교 동은의학박물관 소장)의 메모도 전시될 예정이다.

프레드 다익스의 사진은 해방기 격동의 시대를 좇아간다. 1946년 12월부터 1948년 5월까지 미 7사단 보병으로 서울에서 근무했던 다익스는 시내 곳곳을 다니며 당시의 모습을 촬영했다.

유엔군을 환영하는 구호탑과 이승만지지집회를 찍은 사진은 당시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대변한다. 철거되기 직전의 남산 조선신궁 도리이와 황국신민서사지주탑에서는 미처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19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서울시청(당시 경성부청)에 일장기와 함께 걸려있던 나찌기의 실물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 나찌기는 당시 한국에 상륙한 미군이었던 로저 마요트가 직접 수습해 보관해오다 기증한 것으로 실물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대 초 청계천 일원의 판자촌에서 빈민구제활동을 벌였던 노무라 모토유키의 사진에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경험하던 서울도심과 활기에 찬 도시민들의 모습, 소위 무허가 불량가옥으로 치부되었던 청계천 판자촌과 서민들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다. 노무라는 1973년부터 1985년 까지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 빈민구호활동을 폈다.

청계천변에 한 채 두 채 얼기설기 엮인 판자촌이 청계천변 제방을 따라 끝없이 늘어져 있다. 칙칙하고 읍습한 느낌까지 주는 판자촌의 모습에서 압축성장의 서글픈 뒷모습을,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희망의 끈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8일 오후 3시 개막식과 함께 일반관람은 9일부터 시작된다. 관람시간은 평일은 오전 9시~오후 9시, 토·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이다.

관람료는 19세~64세는 700원, 그 외에는 무료이다.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문의는 (02)724-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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