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 저고리 길이 300년간 2/3나 짧아져

허윤희 기자 입력 2011. 6. 28. 03:46 수정 2011. 6. 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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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저고리 유행 살펴보니..19세기엔 '한뼘 저고리'까지 등장

16세기 여성들의 저고리는 허리를 덮을 정도로 길고 품도 넉넉했다. 시집올 때 입은 옷을 늙어서도 입고, 수의(壽衣)로도 입었다. 그 후 저고리 길이는 조금씩 짧아지다가 19세기에 이르러 극도로 짧아져 저고리로 가슴을 가릴 수조차 없었다.

전통 복식 연구가이자 한복 디자이너인 김혜순(54)씨가 출간한 '아름다운 우리 저고리(김영사)'를 보면 시대별 저고리의 변화 흐름이 한눈에 보인다. 지난 2003년 '저고리 600년 변천사' 전시를 통해 유적지에서 출토된 저고리 70여점을 복원·재현했던 김씨가 전시 성과를 정리해 담은 책이다.

기마 활동에 편하도록 만든 북방계 복식

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고구려 벽화. 특히 수산리 고분 벽화 '시녀도'에는 앞으로 여며 입는 '전개교임' 방식에 곧은 깃, 좁은 소매,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긴 윗옷을 입은 여인이 보인다. 김씨는 "기마 활동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북방계적 특성의 스키타이계 복식"이라며 "우리 민족 저고리의 원형"이라고 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단의(短衣)라 하여 저고리 길이가 다소 짧아지고 소매 폭이 넓어지며, 고려에 와서 저고리의 고름이 처음 생겼다.

길이는 갈수록 짧아져

유행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는 것은 조선시대에 들면서. 16세기에는 65㎝ 전후로 허리 선을 충분히 가릴 정도의 길이였던 저고리가 17세기에는 55㎝ 전후, 18세기에는 45㎝ 전후로 짧아지다가, 19세기에 급격히 짧아져 28㎝ 전후가 된다. 심지어 14.5㎝ 길이의 저고리까지 나와 가슴, 겨드랑이 살을 가릴 수 없었고 부인들은 가리개용 허리띠를 사용해야 했다. 짧고 밀착된 저고리에 어울리는 작은 가슴을 만들기 위해 '졸잇말(가슴 발육을 억제하기 위해 베로 만든 졸이개)'까지 등장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여자 저고리만 단소화·극소화된 것이다. 김씨는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간소화 경향이 나타나며 저고리 형태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후기로 가면서 급격히 짧아지고 가슴과 허리를 드러낸 것은 저고리를 통해 개방적이고 에로틱한 노출의 미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패션 리더, 양반 부녀자에서 기녀로

이런 변화는 당시 천민 계급에 속하는 기녀들의 '패션 트렌드'를 상류층인 양반 부녀자들까지 흡수한 것이라 흥미롭다. 짧은 저고리에 가슴을 가리기 위해 긴 허리띠를 댄 복식은 원래 기녀의 것이었으나 곧 양반가 여인들에게도 전파됐다.

조선 전기만 해도 왕실과 양반 부녀자들이 트렌드를 주도했으나, 후기로 가면서 패션 리더가 양반 부녀자에서 기녀로 바뀐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선 후기에 기녀 복식을 모방하는 경향이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거리였다"며 "정조 때 실학자인 이덕무가 저서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기녀가 아양 떠는 자태를 세속의 남자들이 자기 처첩에게 본받게 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라고 한탄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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