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하이힐 고집하면 10년뒤 당신의 발가락 뒤틀린다

권병준 2011. 4.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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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병준]

하이힐이 여성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되면서 다리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초·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권미정(여·46·경기도 성남시 수내동)씨. 엄지발가락 쪽 뿌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늘 불만이었다. 모양은 참을 만했지만 문제는 통증. 진단 결과 병명은 무지외반증이었다.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70% 이상 증가했다.

무지외반증 여성환자가 남성의 7배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05~2009년 무지외반증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5년 2만3561명이었던 환자 수가 2009년 4만1604명으로 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 수(3만6384명)가 남성(5220명)보다 약 7배 많았다. 여성 중에서도 40~60대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이 연령대 여성은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가 842명으로 여성 전체 진료환자의 67.3%를 차지했다(2009년 기준).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활동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추정했다.

지역별 환자 수는 서울시가 10만 명당 108.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97.1명), 전북(97.0명) 순이었다. 이외에도 대구·인천·대전 같은 대도시 지역에 무지외반증 환자가 많았다. 도시에 살수록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은 데다 사회생활을 위해 불편한 신발을 신어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대도시 중 울산시는 다른 도시와 달리 10만 명당 환자 수가 60.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시·도별 차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더욱 상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울산시 거주민이 서울에 와서 치료를 받으면 환자 통계는 건강보험 청구를 하는 서울 소재 병원으로 분류된다는 것.

앞볼 좁은 하이힐이 원인

정상인(왼쪽)과 무지외반증(오른쪽) 환자의 발 엑스선 사진. 무지외반증 환자는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왔다. [한양대병원 제공]

과거에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에 힘을 많이 줘야 하는 무용수 같은 직업군의 질환이었다. 그러나 킬힐과 같이 앞 부분이 좁고 뾰족한 구두가 유행하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근육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기 마련인데 발에 있는 근육도 마찬가지"라며 "무지외반증은 발이 불편한 신발을 선호하면서 우리 몸이 발가락 주변 근육을 쓰는 것을 잃어버리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좁고 뾰족한 구두를 신을 때 무지외반증이 생길까. 박시복 교수는 "정확한 연구 자료는 없지만 대부분 환자는 20대 후반부터 병원을 찾는다"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 5일 정도 발이 불편한 구두를 신으면 10년쯤 지나 변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 증상이 있을 때 이를 방치하면 심한 통증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엄지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 부위가 신발과 마찰을 일으켜 점점 두꺼워지다가 염증이 생긴다.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엄지발가락 부근의 관절이 15도 이상 바깥쪽으로 휘게 된다. 순천향대 정형외과 김연일 명예교수(건강보험정책연구원 초빙연구원)는 "심한 경우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쳐지거나 관절이 탈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30도 이상 바깥쪽으로 휘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변형된 주변의 힘줄과 뼈를 다시 정렬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재훈 교수는 "대부분 수술 목적은 각도를 줄이고 통증을 줄이는데 있다"며 "수술 후 3개월 정도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아리 근육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무지외반 증상이 아직 초기이거나 어느 정도 진행됐더라도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다시 원래의 상태대로 돌아갈 수 있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발에 맞는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시복 교수는 "신발을 선택할 때 볼이 둥글고 넓적한 것은 보기에는 안 좋을지 몰라도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불편한 구두를 계속 신어야 한다면 발등이 드러나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도 방법이다. 발등을 지지해주는 끈이나 면이 없는 신발은 신발이 벗겨지기 쉬워 사람들이 발가락 끝에 힘을 더 많이 준다. 때문에 발등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신발이 증상 개선에 좋다.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먼저 발목을 위로 젖힌 상태에서 아래쪽 볼을 잡고 다른 손으로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젖혀보자. 또 발가락을 옆으로 벌리는 운동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김연일 교수는 "직업 특성상 편한 신발을 신지 못하면 신발을 자주 벗어 발을 쉬게 해야 한다"며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2차적인 발목·무릎 통증과 요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혹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무지외반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박시복 교수는 "발가락 사이에 보조기를 끼우고 있으면 오히려 둘째 발가락이 셋째 발가락 쪽으로 더 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 riwoo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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