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연애 못하는 현실" 서러운 88만원 세대 뭉쳤다

황경상 기자 2010. 3. 1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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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 출범실업·알바·인턴생활 등 고단한 삶..말 못한 부당대우 '권리찾기' 나서

"돈이 없어 연애를 못해요." 한모씨(26·여)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학자금 대출을 여섯번이나 받은 그는 한 달에 갚아야 하는 상환금만 50만원이 넘는다. 대학 4학년 때부터 대출금을 갚느라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와 행정인턴 등을 전전하면서 집안 생활비까지 벌어야 했던 그는 "연애할 기회가 있긴 있었는데 접었다. 시간도 없고 휴대전화 요금이 3만원 이상 나오면 버틸 수 없는 게 내 현주소"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남산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는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이 창립식을 가졌다. 한씨를 비롯한 40여명의 청년 조합원들은 '88만원 세대'로서 겪는 어려움을 앞다퉈 토로했다.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노조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청년유니온 제공박모씨(34)는 대학 졸업 후 텔레마케팅, 행정 보조, 음식 배달 등 14군데의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일자리를 경험했다. 보험에 들지 않은 배달 오토바이를 타며 늘 사고 위험에 떨어야 했고, 텔레마케팅 회사는 계약건수가 저조하다며 임금을 깎는 일도 있었다. 더 서러운 것은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며 정규직의 절반 이하 임금을 줄 때였다. 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은 이런 영세업체들의 열악한 환경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이렇게 실업과 불안정한 취업상태에 있는 15~39세 젊은이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결성됐다. 노동법상 '일반노조' 형태인 청년유니온은 기업별·직종별·산업별 노조를 넘어서는 초기업 노조다. 국내에서는 부산지역 일반노조, 여성노조 등이 활동하고 있으나 세대별 노조는 처음이다. 청년유니온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은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도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선언했다.

조합원들은 창립총회에서 임원을 선출하고 규약 제정에 관해 논의했다. 토론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청년유니온의 자문을 맡고 있는 김대성 전국사무연대노조 자문위원은 "조합 소속 아르바이트생이 임금 체불을 당하면 위원장이 교섭을 요청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도 가능하다"며 "기업별 노조와 달리 일반노조는 사업주의 입김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현재 6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청년 유니온은 오는 18일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최저임금 인상운동과 노동실태 조사, 청년 고용할당제 도입을 촉구하는 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재 교수는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노조를 만들 수 없어 실업자가 포함돼 있을 경우 정부가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성노조에 대한 판결을 보면 구직 중인 실업자는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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