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기 아까운, 안 보면 후회할 장관들

2009. 8. 27. 12: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마이산의 풍경

ⓒ 김태철

웅장하게 펼쳐진 산의 능선을 따라 새하얀 구름이 깔려 있다. 금방이라도 하얀옷을 입고 긴 수염을 기른 동화속의 신선들이 구름 위로 솟아 오를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산정상에 올라가 있던 사진작가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렸다. 이렇게 그들의 사진 속에는 잠시 동안 자연이 선물한 산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기록된다.

한여름의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또는 한겨울에 불어오는 칼바람과 폭설 속에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을 응시하던 눈들이 있기에 우리는 그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이며 옷을 갈아입는 산악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전문적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이 좋아 무조건 산에 올랐던 사람들. 하지만 산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산의 아름다움은 혼자 보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장관들이었다. 또한 그것을 기록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산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리산을 비롯해 설악산, 대둔산, 덕유산 등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명산들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들의 손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했다.

지리산의 풍경

ⓒ 이재섭

이재섭(52·한국산악사진가협회 이사장)씨는 우리나라의 '산악사진' 분야에서 꽤 알려진 사진작가다. 이씨가 산악 사진을 촬영한 지 벌써 10년. 지난 1999년경부터 약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리산처럼 이름난 산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산 정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았다.

해외 40여 개국을 다녀봤고 해외의 많은 산들을 가봤다는 이씨는 "우리나라의 산처럼 강렬하면서도 미적으로 아름다운 산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특히 "산정상 주변에서 서식하는 야생식물들의 색다른 조화는 세계 어느 나라의 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으로 우리나라 산의 풍경이야말로 세계 최고"라며 망설임없이 말한다.

백두산의 풍경

ⓒ 국장호

가야산의 가을풍경

ⓒ 김기수

"해외에 있는 산들의 정상높이는 3천미터 이상 되는 고산들이다. 일반인이 3천미터 이상의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도 힘들다. 산 정상에 올라간다고 해도 쌀쌀한 날씨 탓에 나무나 식물들이 살지 못하는 조건이기에 황량하기 그지 없다"고 말한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지리산도 2천미터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지 않다. 산 정상에는 온갖 나무와 이름모를 야생화, 야생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어디 그뿐인가. 산 정상 아래에는 서로 어깨를 맞댄 듯 수십여 개의 산봉우리가 구름과 함께 어울린 채 죽 이어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산의 커다란 매력이고 우리는 그것을 사진 속에 담아 기록하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한다.

북한산 인수봉의 겨울 풍경

ⓒ 김장상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 풍경을 찍기 위한 산악 전문사진작가들은 계절마다 산으로 향한다. 한여름의 폭염도 이들을 막을 수 없고 칼바람이 불어오는 혹한기도 이들은 망설임 없이 산으로 향한다.

"지리산의 눈 내리는 겨울풍경을 찍기 위해 폭설이 온다는 예보만 있으면 2-3일 전부터 산정상으로 올라가 눈 내리기만을 기다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눈이 내려 새하얀 설경을 찍고 산정상에 펼쳐져 있는 고상목에 얼어붙어 있는 눈꽃을 찍어 말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는 날이면 그동안 추위로 떨며 고생했던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이씨는 말한다.

산에 오를 때마다 산악의 풍경을 마음껏 사진으로 담는 것은 아니다. '산악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고 있는 김장상씨는 "산은 쉽게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몇 시간 동안의 고된 산행을 통해 겨우 산정상에 올라가도 날씨가 나쁘면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려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한겨울에 몰아치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들의 고생이 있기에 우리는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산의 풍경을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건지 모른다.

설악산의 겨울풍경

ⓒ 김동대

덕유산의 겨울풍경

ⓒ 김인배

'산악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온 '한국산악사진가협회 소속회원 60여 명은 '산'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들의 작품은 오는 29일부터 9월3일까지 6일간 인천문화회관에서 60여 점의 산사진을 모아 일반인들에게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는 지리산을 비롯해 설악산과 대둔산, 가야산 등 우리나라 10여 군데의 주요 명산의 4계절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로 주류를 이뤄 전시될 예정이며 한 곳에서 전국의 '산 풍경'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전시회에 맞춰 '산 풍경'의 사진작품집도 판매할 예정이다. 작품집 판매수익금은 좀더 많은 작품집을 인쇄해 전국의 주요 대학 도서관과 정부기관 그리고 해외공관 등에 무료로 배포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 을 널리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리산의 운해

ⓒ 서상조

북한산의 풍경

ⓒ 김장상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