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 뮤지컬 배우 윤공주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

2009. 1. 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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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두 달여 가까이 뮤지컬 팬들의 열띤 호응을 얻으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에서 바다와 함께 '강한별' 역을 맡고 있는 뮤지컬 배우 윤공주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편이다. 데뷔 9년이라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대개 주인공 혹은 주인공에 준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또 '윤공주'라는 실명 역시 그녀가 관객들의 머리 속에 기억되기 쉽게 했다. 실제 뮤지컬 배우 '윤공주'에 대해 "진짜 이름이냐"라고 묻는 이들이 많다. 본인은 어릴 적에 자신의 이름이 싫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살았던 그녀에게 동기 남자 친구들은 공주같지도 않은데 이름이 공주라며 놀려댔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공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녀'를 연기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손사레를 친다.

"외모에 대해 불만 많지요. 그나마 지금 많이 이뻐진거에요 (웃음). 공연이니까 제가 '미녀' 역할을 하는거죠. '미녀' 하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피부도 까맣고 어렸을 때는 많이 못생겼어요. 제가 뮤지컬 배우를 하면서 많이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리 이쁜 여자라도 더 이뻐지려고 하잖아요. 전 제가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극중 한별이의 마음이 많이 와닿았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약간 통통하고 그랬기 때문에 더 공감했고요"

윤공주가 맡은 극중 '강한별'은 놀라운 가창력을 소유했지만, 동시에 125kg이라는 놀라운 몸무게를 소유하고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맡은 '강한나'를 '별'과 여주인공의 관계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대박'이 난 작품이기에 영화와의 비교는 불가피한 것. 그러나 바다와 마찬가지로 윤공주 역시 이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도리어 뮤지컬 배우답게 뮤지컬이 가진 장점이 더 관객들에게 크게 부각될 것임을 자신했다.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죠. 영화로서 대박난 작품이어서 잘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잘 될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같이 있었죠. 그런데 주위 분들이 너무 재미있게 봐주시고 어떤 분들은 영화보다도 재미있다고 하시는거에요.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실제 눈앞에서 생생하게 라이브가 펼쳐지니까요. 영화는 영화만의 장점이 있는 것이고 저희는 무대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잘 잡아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창작 초연이니까 부족한 것이 있겠지만, 관객들이 좋아해주시는 것을 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 일단 저희가 자부했던 것은 영화에서의 모습을 실제 보여주는 것과 더불어 음악이 더 많이 첨부되어 그것을 라이브로 보여줄 수 있다는 부분이었던 것같아요"

윤공주는 뚱녀 분장 후 1막을 이끌고 간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이때문에 더욱더 사실적으로 '강한별'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공주가 변신한 '뚱녀'를 위해 제작팀은 마스크를 만드는데만 한달이 걸렸고, 음악, 무대, 조명, 의상팀 뿐만 아니라 특수분장팀, 마술팀까지 합세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을 알기에 윤공주가 '뚱녀'로서 변신한 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그녀에게도 최상으로 이끌고 갈 수 밖에 없다.

"저희가 분장을 하고 가발을 쓰는데 땀이 엄청나요. 변신하려고 옷을 벗으면 땀이 주루룩 흘러요. 저희가 '강한별'을 더 표현하고 싶지만 그런 제한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 뜨거운 조명과 대사 뿐만 아니라 노래도 해야하니까요. 1막에서는 한별이가 거의 퇴장이 없어요. 퇴장을 한다면 그 순간에도 옷을 갈아입는 시간 밖에 없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모두 한별화되어서 '그래 뚱뚱하면 움직이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때문에 연습할 때도 일부러 뚱녀옷을 갖다달라고 했어요. 그 옷을 입으면 뚱뚱한 사람들의 몸짓이나 습관들이 저희도 모르게 나오더라고요.(웃음) 이때문에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그런 것들이 습관이 되어서 나와버리죠. 이번 작품에서 이때문에 스탭분들의 힘이 굉장히 컸어요. 분장과 퀵체인지와 옷들을 모두 준비해주셨고, 이때문에 저희가 조금 모자란 부분들을 그게 채워주고 있는 셈이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뮤지컬에서도 '뚱녀'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이고, 그것이 여배우로서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알 것이다. 윤공주도 힘든 것을 인정하면서 변신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강한별'이라는 역할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전 제가 맡은 역할들 중에 최고의 역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에 어떤 작품이 좋냐고 물어보시면 제 작품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하나를 꼽을 수 없다고 말했었는데, 이 '강한별' 역할은 거의 저한테는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초연에 부족하나마 제가 참여를 했다는 것이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이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고싶어하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원래 제가 다른 작품의 오디션을 보고 있던 중에 올초 이 작품의 워크샵에 참여를 하게되었어요. 그때까지만해도 이 작품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했죠. 워크샵 과정을 보니까 굉장히 재미있는거에요. 점점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거에요. 그러던 중 '강한별' 역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고, 고민을 하던 중에 이것을 선택하게 되었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후회없는 결정이었다고 봐요. 물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지금도 행복해요. 대사 중에 강한별이 '후회해도 상관없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런 것 같아요"

윤공주는 이전 뮤지컬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역을 맡았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알돈자' 역을 연기했던 것. '알돈자'는 비록 여관 하녀에 불과하지만 돈키호테에게는 둘도 없는 연인 '둘시네아'로 비치는 인물로 개성있는 캐릭터다. 윤공주는 2007년 선배 배우 김선영과 더블캐스팅으로 이 역을 연기했지만, 2008년 공연에서는 혼자 총 51회 공연을 소화해냈다.

"사실 '강한별'은 특수분장 등의 부분이 어렵지만, '알돈자' 역할이 감정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예전에 선영 언니도 자기가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역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아직 '알돈자' 역을 맡기에 나이도 어리고요. 그런데 한별이는 제 안에 있었던 것을 자연스럽게 끄집어 낼 수 있고, 또 작품이 워낙 재미있고 즐겁잖아요. 편하게 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체대 나왔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체력이 워낙 강해서 육체적인 면은 커버가 가능한 것 같아요"(웃음)

다양한 역에 대해 긍정적으로 소화해내는 성격과 그에 맞는 실력으로 인해 그녀는 2006년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과 2007년 제13회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을 받았다. 스스로 이렇게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잘되는 창작 작품을 거의 해본지가 없어서 관객들의 반응이 신기하다고 하지만, 그녀가 출연한 뮤지컬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이에 그녀가 받은 상들은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2008년에는 상을 안 받았네요 (웃음). 사실 상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어요. 물론 받으면 기분 좋죠. 하지만 상을 받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던데요. 그냥 프로필에 추가되는 정도.(웃음) 상을 받으면 부담되요. 더 잘해야하고 주목받고요. 저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좋아요. 지금처럼 하고싶은 작품 하나하나 해가면서 쭉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은근히 제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또 너무 안 받는 것은 그렇지만요. (웃음) 가늘고 길게 묻어가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윤공주가 뮤지컬에서 서 있는 위치는 어디일까. 희한하게도 그녀에게는 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말이 붙는다. 적지않은 나이이고 이제 데뷔 10년을 바라보고 있으며, 인생에 남을만한 작품 하나하나를 자신의 필모그라피로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녀에게 관객들은 언제나 신선한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제가 조금은 일찍 뮤지컬을 시작한 것 같아요. 자꾸 5~6년째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해서 그만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언제까지 떠오를지. (웃음) 그런데 저도 이렇게 바라봐주시는 것이 좋아요. 꼭대기 올라가봐야 뭐가 좋겠어요? 떨어질 일만 있고요. 그냥 평생 떠올라도 좋아요.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제가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잖아요"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사진 박효상 기자 photo_p@segye.com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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