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러6' 세계선 퇴출바람..한국은 무풍지대

2009. 8. 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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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웹표준 무시한 브라우저" 유튜브도 지원중지 예고

한국선 각종 업무 프로그램 익스플로러6서만 작동

낡은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6'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국외 주요 사이트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유튜브·트위터 등이 익스플로러6의 비표준성을 문제삼아 퇴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익스플로러6을 폐기시키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익스플로러6이 최고 브라우저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또한 각종 업무용 프로그램이 익스플로러6에서만 작동해 다른 브라우저로 바꾸기 힘든 상황 등은 한국의 인터넷 이용 환경을 고립화시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컴퓨터 운영체제와 묶음 형태로, 2001년 출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6은 국내에서 한때 98%에 이르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웹 표준을 무시해 사이트 개발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엠에스도 2006년 익스플로러7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월 웹 표준성을 높인 익스플로러8을 출시하고 최신버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와 애플의 사파리, 구글의 크롬, 오페라 등의 브라우저는 웹 표준을 잘 준수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웹 표준을 지켜 디자인하면 문제없이 구현된다.

표준을 지키지 않은 낡은 브라우저는 개발자만 성가시게 하는 게 아니다. 최신 브라우저는 이전 버전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고 웹서핑 속도를 높여주어 이용자에게 편익을 준다. 해킹에 노출된 기존 브라우저의 보안 위협을 제거한 점이 개선된 브라우저를 써야 할 가장 주요한 이유다.

최근 국외 주요 사이트는 '더이상 익스플로러6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띄우고 퇴출 운동에 나섰다. 유튜브는 익스플로러6을 통해 접속하는 이용자에게 '단계적으로 익스플로러6 지원을 중지하겠다'는 알림을 띄우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익스플로러6을 통한 방문자에게 '최신형 브라우저로 업그레이드하라'는 권유를 공지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익스플로러6 퇴출' 서명에 1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뉴스 댓글 공유사이트인 디그닷컴은 익스플로러6 이용자는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엠에스는 이런 익스플로러6 퇴출 요구에 대해 "익스플로러6의 수명은 윈도우엑스피와 마찬가지로 2014년 4월까지로, 그때까지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익스플로러6이 최고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에 놓여 있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인터넷트렌드의 지난 6월 통계를 보면,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엠에스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98.5%다. 지난 7월 유럽 시장에서 파이어폭스가 42.4%의 점유율로, 익스플로러의 42.9%를 턱밑까지 추격해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과 딴판이다. 게다가 98.5%의 점유율 중 익스플로러6이 57.2%, 7이 36.1%, 8이 5.2%다. 8년 된 익스플로러6이 우리나라에서 대표 브라우저인 배경에는 이용자들의 무신경 못지않게 낡은 웹브라우저 사용을 강요하는 특수한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선 윈도비스타, 익스플로러7·8 등 엠에스가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호환성 홍역을 치른 바 있어,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비표준적인 브라우저를 보급한 엠에스와 이 제품을 유일한 환경으로 보고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운영한 개발업체 탓이다.

회사원 김명식씨는 지난 5월 회사에서 쓰는 피시 브라우저를 익스플로러8로 업그레이드했다가 결국 이를 삭제하고 전에 쓰던 익스플로러6으로 되돌아갔다. 빠른 속도와 탭 기능, 보안 강화 등을 이유로 업그레이드했지만, 김씨의 회사의 업무용 프로그램은 익스플로러6에서만 구동돼,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김씨는 사내 전산팀으로부터 "액티브엑스를 이용한 전자결재 프로그램이 익스플로러6 환경에서 구현되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받았다. 김씨처럼 업무상 특정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직장인 상당수는 브라우저를 바꿀 수 없는 형편이다. 회사에서도 전자결재 프로그램이 액티브엑스 등 비표준인 기술에 의존해 다른 브라우저에서 호환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호환성을 확보하려면 개발비가 추가되기 때문에 낡은 브라우저를 쓰라고 하고 있다.

국제적 웹 표준을 무시한 결과로 한국은 갈수록 인터넷 세상에서 고립되는 불명예와 불편을 당하고 있다. 익스플로러 환경의 액티브엑스를 통해서만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국내 전자금융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지만 반성과 개선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특정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이 불편한 제품을 쓰도록 강요하는 데 이어, 국외 주요사이트를 방문할 수도 없게 만들 전망이다. 세계가 내다버리고 있는 낡은 브라우저를 강요하는 나라에 '인터넷강국'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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