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화면 대신 소리로 음란물 잡는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2011. 5. 24.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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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음란물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은 화면 분석 기술을 이용한다. 하지만 종종 아무 문제 없는 화면을 음란물로 판단하는 실수를 한다. 이를테면 수영복을 입은 사람이 나오거나 얼굴을 근접 촬영한 장면이 나오면 화면 대부분이 피부와 같은 색이라는 이유로 포르노 배우가 옷을 벗은 것과 같은 영상으로 판단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회린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는 화면 대신 소리에 집중했다. 분석 결과 대화를 하는 영상은 일반적으로 음이 낮고, 음악 영상은 음높이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경우 모두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음높이가 변했다. 이에 비해 음란물의 소리는 대부분 음이 높고 음높이가 바뀌는 것도 빠르며, 또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팀은 이를 토대로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다양한 영상에서 소리만 따서 분석했더니 93%의 정확도로 음란물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오류는 배경음악이 있는 음란물을 일반 음악 영상으로 판단하거나, 그 반대로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관객이 정기적으로 크게 웃거나 탄성을 내지를 때 음란물로 보는 데서 발생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리처드 하비(Harvey)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의 연구는 매우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 하비 교수는 화면 분석에 기반을 둔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하비 교수는 "화면 분석은 단 한 장면만으로 음란물을 가려낼 수 있지만, 음성 분석은 그보다 긴 음성파일을 분석해야 한다"며 "두 가지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여주인공이 식당에서 가짜 오르가슴 연기를 하는 장면을 음성만으로 분석하면 음란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때 화면 분석을 동시에 하면 그런 오류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다음 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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