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어른들은 '생계형'―10대는 '조직형'

2009. 8.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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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던 A(35)씨는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줄고 세금까지 체납되면서 7억원 상당의 재산이 압류되자 열차에 다리가 잘리는 사고를 일부러 냈다. 사전에 여러 개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철로 건널목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열차를 기다린 것. 그러나 이를 의심스럽게 여긴 보험사들의 제보로 결국 지난 5월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서 이 같은 보험사기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는 2만28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증가했다. 사기 금액 기준으로는 33.6%가 늘어났다. 특히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 중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에 종사 중인 사람이 68.4%나 급증, 전체 사기 혐의자의 30.1%를 차지했다. 생계형 보험사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사기에 가담하는 연령층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10대 적발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57.1%나 늘어났으며, 20대도 64.3% 증가했다. 특히 과거에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 단순 가담하는 수준이었던 청소년 범행이 최근 들어 학교 선후배 등과 조직적으로 계획하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 6월 고등학생들이 포함된 보험사기 일당 108명이 총 100건이 넘는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고등학교 선후배들이 여중생 등 50명이 넘는 다단계형 보험사기단을 결성해 오토바이 사고 보험사기 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가장 쉽게 이용되는 보험 상품은 역시 자동차보험(87.1%)이었다. 자동차보험은 피해자 끼워넣기부터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다양한 수법이 가능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화재보험은 아직 비중은 낮지만 지난해에 비해 적발자가 155.6%나 증가했다.

사기 유형은 보험 사고 내용을 조작하거나 가공하는 허위 사고가 431억원(29.5%)으로 가장 많았고,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내는 고의 사고도 348억원(23.9%)에 달했다. 특히 허위 사고나 고의 사고는 사전에 계획하는 형태로 지난해에 비해 9.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통사고가 난 뒤에 보험 가입이 돼 있는 운전자로 바꿔치기, 사고 후 보험 가입, 피해 과장 등 사고가 난 뒤에 우발적으로 벌이는 유형은 9.4%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보험금 지급이 증가하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입는데다 일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져 사회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보험범죄 전담 대책반을 구성했고 경찰청은 오는 11월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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