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해방 이후부터 한국전까지 '의료사'로 본 현대 한국인

문학수 선임기자 입력 2011. 6. 3. 21:05 수정 2011. 6. 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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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탄생' 전우용씨 인터뷰

"해방 이후 한국전쟁까지의 보건의료사는 '현대 한국인'의 탄생사입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사진)는 그동안 사회경제사, 도시사, 의료사, 생활사 등 다방면에 걸친 역사 연구를 펼쳐왔다. 이번 책은 그중에서도 '의료사'의 범주에 속할 테지만,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했던 한국인의 삶과 질병, 의료를 통해 '현대 한국인의 탄생'을 고찰하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현대인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의학과 관련한 지식이라고 보는 거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을 구획하는 잣대입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 규칙적인 식사, 청결과 위생에 대한 관념, 자신의 건강을 돌보려는 태도 같은 것들은 모두 의학지식으로 수렴되기 마련이죠. 한국인들에게 그런 신체적 규율과 내면의 변화가 해방 이후부터 시작됐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하나의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겁니다."

해방과 더불어 '인구 이동'의 파도가 덮쳤다. 당시 해외 거주 한국인은 300만명이 넘었는데, 그중 230만명이 해방 이후 1년 안에 돌아왔다. 또 50만명이 38선을 넘어 남으로 내려왔고 좌익과 빨치산에 대한 진압은 숱한 전재민(戰災民)을 양산했다. 1950년 초까지 제주도와 여수·순천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80만명에 달했다. 서울은 부유하는 인간 군상의 도시였으며, 굶주린 채 우왕좌왕하는 군중 속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도 활개를 쳤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미생물도 해방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일제는 의료를 경찰에 맡겼습니다. 환자를 범죄자로 취급했던 거죠. 해방 이후 미군정은 태도가 많이 달랐습니다. 보건위생과 의료에 대한 관리권을 경찰로부터 빼앗았죠. 그때부터 한국전쟁까지, 질병과 전쟁이 사람들을 덮쳤습니다. 삶도 죽음도 가벼웠던 그 시절에, 사람들은 살려고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 한국인들에게 미국은 수준 높은 의학과 의약품들을 안겨줬습니다. 그것이 보편적 신뢰와 숭배의 대상으로 자리잡았고, 미국식 사상과 민주주의까지도 지선의 가치로 받아들인 거죠."

결국 한국인들이 '미국'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한 것도 이 시기의 의료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특히 핵무기를 제외한 최신 살상무기들이 총동원된 한국전쟁은 치유의 주체를 신처럼 떠받들게 만든 "질병과 고통의 전시장"이었다. "미국 극동 공군은 폭탄 46만t, 네이팜탄 3만여t, 로켓탄 31만여발, 연막로켓탄 5만5000여발"을 한반도 전역에 쏟아부었다. 무수한 생명체의 죽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몸을 맡겼"고, 그것이 일상의 규율과 삶에 대한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300여쪽의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전쟁 중 가장 큰 '국민학교'는 군대였다. …전쟁이 끝날 무렵, 60만명 가까운 청년들이 군에 있었다. 이들은 제대 후에도 '군대식'이 가장 능률적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전쟁은 군을 키웠고 군은 새 사람들을 만들었으며, 이 새 사람들이 국민의 아버지가 되었다." 1만5000원

< 문학수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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